[김국배기자] "아무리 생산대수가 늘어도 대기업만 좋을뿐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기쁘지가 않아요."
국내 SW 회사를 운영하는 어느 사장의 고백이다.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도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축제'일 뿐 SW 업체에게 돌아오는 이익에는 한계가 있다는 자조섞인 말이다. 대기업들이 계약 단계에서부터 상한선을 그어놓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모자(cap)를 씌운다'고 표현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SW 기업들 사이에서는 '진짜 상생'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이 '무늬만 협력'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상생 파트너인 SW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대우를 해주어야만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와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대기업 스스로 SW 파워를 키워 자체적으로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 대기업, 상생 모색하려면 욕심 버려라
SW 기업들은 대기업이 진정한 상생을 모색하려면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업체가 납품한 SW를 직접 소유하려 드는 게 문제의 시작이라는 진단에서다.
대기업이 소유하겠다고 마음 먹은 SW는 대부분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더 이상 발전하기는커녕 사장되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SW 업체 중 한 곳인 A사는 지난해 국내 모 제조사에 SW 제품을 주문생산방식(OEM)으로 납품했지만 사실상 1년만에 제품을 빼앗겼다. 제조사가 더 이상 납품을 받지 않고 직접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사는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더 발전시킨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했다.
A업체 사장은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납품한 SW는 더 이상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그대로 생명이 끝난다"며 "SW를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그런 욕심을 다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이 모든 것을 개발하고 소유하려 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SW 개발과 발전에 대한 의지는 이를 만든 개발업체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회사 대표 역시 "욕심을 갖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상생은 서로 균형있게 성장하는 것이므로 윈윈하기 위해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요소가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을 빼가려 들지 말고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무조건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게 아니라 중소 SW 기업의 특성을 살려 키워주고 그 곳에서 이익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 외국기업들과의 역차별도 문제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도 문제점 중 한 가지로 지적된다. 애초에 국내보다 해외업체를 더 선호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협력업체를 보는 시선이 그만큼 단편적·단기적이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C사 대표는 "국내 대기업은 국내와 해외업체와 일할 때 비용 등의 대우와 태도가 각기 다르다"며 "국내 업체들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게 결국 대기업에도 경쟁력을 더해주는 일인데 우위를 점하고 끌고 가려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단 당장의 도움만 받으면 그만이고 다음 번에는 다른 업체를 찾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A사 사장도 "협력업체들을 한국에서 찾지 않고 해외에서만 찾으려 들 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게 더 많은 권한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한국 기업에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SW 기업과의 협력이 제조업 위기 돌파책
이같은 문제 지적과 더불어 SW 기업과 제대로 협력하는 길이 결국 국내 제조업계도 위기를 돌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제조업계만 해도 레노버와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들의 공세에 휩싸인 상황이다. 국가대표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올 2분기 실적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글로벌화 되고 돈을 벌면 결국 대기업에 납품한 SW의 질도 같이 높아져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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