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오는 10월 시행될 예정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분리공시' 도입이 무산됐다.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한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24일 오전 회의를 열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세부 규정 가운데 분리공시와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분리공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때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보조금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통3사와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휴대폰 유통점, 소비자단체 등 대부분의 이동통시시장 구성원들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실효성을 위해 '분리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부 휴대폰 제조사는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면 영업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분리공시가 포함된 고시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분리공시를 제외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12조에는 이통사가 보조금의 규모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제조사의 장려금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과 고시가 서로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법제처의 해석이 이번 규개위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분리공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오는 10월 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실효성 없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시장 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분리요금제'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리요금제에서 받는 요금할인은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아닌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분리공시가 무산되면 투명한 요금할인액 확인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요금제별 보조금 차등지급도 문제다. 요금제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보조금은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요금제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분리공시가 무산되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가 빠지면 제조사의 시장 교란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 분리요금제 등을 시행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방통위가 마라톤회의까지 해가며 신중히 결정한 분리공시가 규개위 회의에서 빠질지 몰랐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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