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기자] 정유업계가 3분기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유가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정유사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정제마진(원유수입가격-석유제품가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전년 동기 대비 52.9% 하락한 배럴당 3.9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지난 7~8월에도 2~3달러대를 오갔다. 올 1분기까지 6달러대를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복합정제마진이 최소 4달러를 웃돌아야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 등 주요 정유사들은 지난 2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1.1달러까지 떨어지면서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가장 큰 GS칼텍스의 경우 영업손실 700여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것은 유가 하락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기름값도 떨어져 재무손실도 커지게 된다.
국내 정유사 80% 이상이 사용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유지하다 9월 100달러선이 무너졌다. 현재도 94.91달러(27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9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기류가 3분기를 넘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미국이 원유재고량을 늘리고 있는 데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최주욱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석유 공급이 늘고 역내 원유정제설비(CDU) 증설로 제품 공급 또한 늘고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 계획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수요가 예상보다 증가하지 않는 한 업황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주력인 정유사업 부진을 만회해 온 비정유 부문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유가 하락세가 나프타(석유화학제품 원료) 가격 동반하락을 불러오면서 석유화학 부문 매출도 장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외변수에 취약한 업종 특성상 현재처럼 유가 및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 악화 기조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윤활기유 사업 등 비정유 부문에 주력하고 있으나 워낙 매출 비중이 적어 당장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광석기자 hov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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