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파행 정국이 가까스로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치권에 남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기존 2차 합의안의 근간을 유지하되, 양당 합의 하에 4인의 특검 후보군을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2차 합의안은 특검추천위원 7명(법조계 2명, 여당 2명, 야당 2명) 중 여당 몫 2명에 대해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했다. 이렇게 구성된 추천위가 특검 후보 2명을 찾아 대통령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최종 임명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종 합의안은 여야가 특검 후보군 4명을 추천하고 추천위가 그 중 2명을 골라 대통령에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야당에 '이중 감시 장치'를 준 셈이다.
'특별검사 후보군 선정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제외한다'는 내용도 야당의 요구로 합의문에 포함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지켰고, 야당은 2차 합의안 보다 자신들과 유가족의 의견을 더욱 많이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야 모두 얻은 것 보다 잃은 게 많다는 평가다. 우선 새누리당은 원칙론만 고수하며 유가족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지난 8월 말 유가족과 세 차례 면담했지만 시기적으로 늦었을 뿐 아니라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의 강경한 태도에 유가족들은 실망감을 내비치며 등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리더십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야 원내대표가 2차례 합의문을 도출했으나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번번이 가로막혔고, 급기야 7.30 재보선 참패 이후 출범한 '박영선 비대위' 체제가 무너지기에 이르렀다.
막판에는 유가족들이 직접 새누리당과 대화에 나서면서 유가족들을 충실히 대변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동안 산적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도 덩달아 발이 묶여 참사 이후 5개월 간 '입법 제로'라는 오명을 썼다. 사상 첫 분리국감은 무산됐고 정기국회는 한 달을 공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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