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손님, 저희 매장 식사 예약은 점심, 저녁 모두 10월 말까지 꽉 차 있습니다. 11월에 예약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지난달 25일 용산 아이파크몰점 7층에 위치한 한식 뷔페 '계절밥상' 매장 입구에서 만난 전 모(40) 씨는 "10월 말쯤 부모님과 함께 계절밥상에 오려고 예약하려 했지만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올 때마다 대기시간이 너무 긴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계절밥상 용산점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입구에 위치한 전광판에는 '대기인원 75팀'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고, 대기표를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도 여러 명 발견할 수 있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계절밥상 5개 매장 모두 매일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매장에서 식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CJ푸드빌의 계절밥상에서 시작된 '한식' 인기가 외식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 위축 등의 영향을 받아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외식 업계에 '한식'이 새로운 구원투수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랜드와 놀부는 계절밥상과 같은 한식 뷔페 콘셉트로 올 초 각각 '자연별곡'과 '화려한식탁 N테이블'을 론칭했으며, 신세계도 오는 10일 여의도에 한식 뷔페 레스토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웰빙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기존 양식 메뉴 중심의 레스토랑보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한식을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고민하던 30대 이상의 주부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여 년 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외식 시장 자체가 획일화 돼 있었다"며 "천편일률적인 메뉴에 지친 고객들이 한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한식은 비즈니스 모델화가 어려웠지만, 한식 세계화에 대해 여러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를 외식 사업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계절밥상' 인기 얻자 대기업 진출 러시
이처럼 한식 레스토랑 열풍을 이끌고 있는 곳은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이곳은 지역농가와의 상생, 제철 식자재를 활용한 신메뉴 출시 등 확실한 브랜드 콘셉트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 연이어 선보인 용산점과 잠실점은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어 매장 오픈 초기부터 많은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잠실점은 오픈 10일 만에 방문객이 1만2천 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CJ푸드빌은 출점 확대에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달 중 6호점인 인사동점을 오픈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현재 용산점에서 관련 직원들이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 인사동점은 기존 매장과 달리 강남의 플래그십 스토어 '비비고다담'처럼 다른 한식 브랜드와 결합된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CJ푸드빌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면 출점 속도가 빠른 편이었지만, 계절밥상의 인기에 비해서는 출점이 느렸다"며 "앞으로도 서울 도심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출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자연별곡'으로 계절밥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계절밥상이 수도권 출점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자연별곡은 전국적으로 점포를 확대해 출점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른 편이다.
'왕의 이야기가 담긴 팔도진미'를 콘셉트로 한 자연별곡은 지난 4월 분당 미금점에 처음 론칭한 후 지난 2일 오픈한 홍대점까지 총 6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는 올 연말까지 10개점 내외를 더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오픈하는 매장마다 하루 평균 1천5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며 "특히 홍대점은 이랜드의 다른 외식 브랜드와 함께한 국내 최초의 뷔페형 외식복합공간으로 선보여져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로 외식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신세계는 10월 10일 여의도에 560여㎡ 규모의 한식 뷔페 매장을 오픈하며 이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곳의 음식 가격대는 경쟁업체들과 비슷한 2만 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장은 모던하고 심플한 콘셉트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내부에서는 여전히 가격대를 조율 중에 있다"면서 "이름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식 뷔페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매장 오픈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며 "올해는 반포 센트럴시티에만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들의 연이은 한식 뷔페 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한식 뷔페 출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더 나은 메뉴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업체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시장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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