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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사회적기업 가치 측정해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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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집필 전문서 출간…"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은 평생 과업"

[정기수기자]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의 새로운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최태원(사진.54) SK그룹 회장이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과 확산을 위해 옥중에서 직접 집필한 사회적기업 관련 전문서적이 출간됐다.

특히 최 회장은 이번 저서를 통해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의 새로운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한 'SPC(Social Progress Credit, 사회문제 해결 정도에 비례해 사회적 기업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개념을 제시했다.

SK에 따르면 그동안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체계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개념을 정리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1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부터 3일간 서울 양재동 K-호텔에서 열리는 '사회적기업 월드 포럼 2014' 개최에 맞춰 사회적기업 전문서를 발간했다.

기업 총수가 일반 경영서나 자서전 형태가 아닌 사회적기업 전문서적을 발간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신념으로 책 만들기에 몰두했다"며 "면회 온 지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메모와 대화를 통해 전했고, 이를 그룹 사회적기업 담당부서가 받아 제작을 도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이번에 발간하는 사회적기업 전문서는 총 2권으로 구성됐다.

최 회장이 집필한 229페이지 분량의 1권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는 사회문제 해결의 대안으로서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져온 이후 지금까지의 경험과 제언, 향후 계획은 물론 그동안 SK그룹의 사회적기업 활성화 사례 등을 중심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필요성 ▲사회적기업의 현실과 한계 ▲새로운 해법으로서의 SPC와 가치평가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서의 사회적기업 등의 내용을 담았다.

138페이지 분량의 2권 'SK의 사회적 기업 운영 사례집…행복한 동행'에는 SK그룹이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시도해왔던 ▲행복도시락 ▲행복한학교 ▲행복나래 ▲KAIST(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글로벌 사회적기업 액션 허브 등이 사례 중심으로 소개됐다. SK동반성장위원회가 저술했다.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 강좌나 실무 담당자들의 교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최 회장은 1권에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최 회장은 우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사회 공헌을 지속적으로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그동안의 과제였다"며 "2009년 한 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 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가능성 있는 해결 방안을 만나게 됐다"고 자신이 사회적기업에 주목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이때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특화된 조직인 사회적 기업이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기존에 사회문제 해결을 담당했던 정부나 비영리 조직, 영리기업의 CSR 활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공공성과 효율성, 공공 영역과 시장 영역, 자선 방식과 비즈니스 방식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사회적 기업이 두 가지 영역과 두 가지 방식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전문 해결사라고 제안하고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효과적인 이유는 사회적 기업이 정부의 공공성과 영리기업의 효율성이란 장점을 두루 갖춘 조직이면서 정부 기능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만 자립하기 위해 재무적 성과도 내야 한다. 외부 자원에 의존하는 비영리 조직보다 비용 절감, 자원의 최적 배분 등을 통해 주어진 자원으로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또 비영리 조직에 기부된 돈이나 영리기업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한 CSR 비용은 대부분 일회성이어서 회수가 불가능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해당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그 자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기업의 장점이 잘 발휘되려면 사회적 기업의 수가 아주 많아져야 하지만 지금은 숫자도 부족하고, 문제 해결 역량과 성장에 필요한 투자금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최 회장은 SPC 개념을 제안했다. SPC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그 결과와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일종의 보상 제도다.

그는 "혼자보다 둘, 둘보다는 여럿일 때 우리는 더 멀리 가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하는 해답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인센티브인 SPC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생존을 위해 재무 실적에 매달리며 사회적 가치를 희생해야만 하기도 한다"면서 "그렇기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했느냐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SPC는 사회적 기업이 처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존속의 딜레마를 상당 부분 해소해주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했다거나, 특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없앴거나, 혹은 많은 양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라며 "SPC를 활용해 사회적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SPC가 기업의 자산으로 사회적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공간도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업의 숫자가 많아지면 사회적 기업활동이 사회규범처럼 당연시된다"면서 "구성원들 역시 사회적 기업 활동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지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평상시 기회가 될 때마다 "물고기를 가져다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단순한 기부는 그냥 배고픈 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회장이 평생의 숙원으로 삼은 사업적기업은 수익보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기업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14일 2012년 성과급과 2013년 보수 전액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업 활동에 기부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사회기여에 관심을 가져온 SK는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사회적기업 설립 및 지원 등은 물론 포럼 후원, 서적 발간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시도를 통해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발간된 두 권의 책은 오는 15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되며, 판매 수익금은 사회적 기업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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