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갈이' 없었다..사장 승진 3명 그쳐

[박영례기자] 삼성 올해 인사에는 인사 태풍도 없었지만 발탁도 없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등 IM부문의 실적 악화로 대규모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가 이어지면서 인사폭이 제한되는 등 조직 안정화를 꾀했다.

1일 삼성은 사장 승진 3명, 대표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11명 규모의 201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사장승진 8명을 포함 총 16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것에 비해 승진폭도 줄었고 인사폭도 제한됐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비롯한 부회장 승진가능성이 거론됐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다만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이번에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내정됐다.

대신 교체설 등이 제기됐던 삼성전자 3인의 대표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스마트폰 실적 악화로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신종균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역시 자리를 지켰다.

신종균 사장의 경우 3분기 영업익이 2조원을 하회하는 등 둔화됐지만 노키아, 애플 등을 따돌리고 실적을 개선시킨 공이 크고, 최근의 실적 둔화에도 이를 대신할 마땅한 후임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IM과 CE 등 세트부문을 합쳐 과거와 같은 DMC 총괄과 같은 조직개편과 함께, 이를 윤부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이끌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병중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 되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 취임없이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키로 하면서 물갈이식 큰 폭의 변화를 꾀하기 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단 승진 3명 그쳐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에 따라 '성과에 보상' 원칙에 따른 승진폭도 제한됐다. 사장 승진자는 지난해 8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명에 그쳤다. 특히 그동안 견조한 실적을 보였던 IM부문이 올해 실적 위축으로 단 한명의 승진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현석 사장은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 전문가로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제품을 선도하며 9년 연속 글로벌 TV 1위 달성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다. 이번 승진으로 TV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사업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견조한 반도체 실적이 이어지면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역시 사장 승진자에 이름을 올렸다.

전영현 사장은 DRAM개발실장, 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역임한 메모리 개발 전문가로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다. 전 사장은 이번 승진과 함께 메모리 사업의 절대우위 위상 강화에 매진하라는 중책을 맡겼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동반 실적이 악화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디스플레이 이윤태 부사장이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전기 대표는 교체됐다. 아울러 삼성물산 상영조 부사장은 삼성비피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됐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 LSI 개발실장, LCD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확고한 기술 리더십으로 LCD 개발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로 이번에 전진배치됐다.이 사장은 부품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전기의 체질개선과 사업 재도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영조 삼성비피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은 삼성구조조정 본부에서 인사 및 기획 분야를 경험한 후 2012년부터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장 및 상사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 사업운영을 지원해 왔다는 평가다. 상 부사장은 향후 합작사와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견실경영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됐다.

◆일부 경영진 2선 퇴진, IM부문 사장 축소

또 ·삼성전자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이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 사장을, 삼성SDI 박상진 대표이사 사장 겸 에너지솔루션부문장은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맡게 됐다. 삼성SDI 조남성 대표이사 사장 겸 소재부문장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

아울러 삼성자산운용 윤용암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삼성경제연구소 육현표 전략지원총괄 사장은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삼성증권 김석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일부 중견 경영진이 2선 후퇴했다.

삼성은 "이번 인사는 경영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하고 경영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재도약을 주도할 인물로 경영진을 쇄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를 선도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할 참신한 인물을 중용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사장 승진 8명을 포함 총 16명 규모의 201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전체 인사 규모가 줄어든 셈이다. 사장 승진자는 최근 5년래 최소다.

삼성은 금주 중 부사장 이하 2015년 정기 임원인사를 각 회사별로 마무리해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추후 조직개편은 내주 초 단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