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집권 여당 수장인 김무성 대표의 고민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지지층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다 자신이 총대를 멘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경제활성화 입법에 제동이 걸리는 등 안팎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김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공식 회의 발언도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며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던 김 대표의 취임 일성과는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보신주의라고 비판했고, 청와대에 쓴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여당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뿐 아니라 지도부 일각에서 조차 박근혜 대통령에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 및 인사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김 대표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표가 최근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8일 최고위원회의), "올해 안에 다 털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데 대한 대처를 하고 넘어가야 된다"(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등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은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 대표가 드러내놓고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에는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점에서도 집권 2년차 살아있는 권력인 박 대통령과 섣불리 각을 세울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결국 김 대표는 당분간 청와대와 민심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최대한 정제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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