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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잡는다더니…쏘나타·아슬란 "안 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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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링카 쏘나타, 신형 판매는 주춤…예상밖 법인수요에 속타는 아슬란

[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가 안방 사수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수입차 대항마로 연이어 선보인 중형 세단 'LF쏘나타'와 준대형 세단 '아슬란'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쏘나타는 지난해 국내 최다판매 차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기대를 모았던 LF쏘나타의 판매 실적은 신차 효과가 조기에 사라지면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쏘나타는 5년 만에 풀체인지 된 LF쏘나타가 출시되면서 신차 효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한 총 10만8천14대 팔려나가며 국산차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10년 YF쏘나타가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뒤 4년 만이다.

다만 이 판매량은 구형 NF(1천356대)·YF(3만5천467대·하이브리드 모델 포함)와 지난달 중순께 출시한 LF쏘나타 하이브리드(832대) 판매를 모두 더한 수치다. 이중 순수 LF쏘나타의 판매는 7만359대다. 하지만 여기에는 택시모델의 판매량이 포함돼 있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판매가 본격화된 택시용 LPG 모델은 월 평균 2천여대의 판매량을 기록, 지난해 8천여대를 팔았다. 순수 LF쏘나타의 판매량은 6만2천여대에 그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쏘나타 판매량의 58%로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가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월 평균 6천900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출시 당시 세운 지난해 연간 목표 6만3천대에는 근접한 수치지만, 갈수록 판매량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수준이다.

앞서 LF쏘나타는 출시 직후인 4~5월 2개월 연속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나 8월 들어 5천대 수준으로 첫 달 대비 반토막이 났다. 9월에는 그나마 택시 모델의 가세에 힘입어 7천대 수준에 가까운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순수 LF쏘나타 판매량은 4천353대에 그쳤다.

10월에도 현대차는 총 8천71대의 쏘나타를 판매했지만 LF쏘나타 판매량은 한 달 만에 다시 6천대 수준으로 후진했다. 순수 LF쏘나타의 판매량은 4천340대에 불과했다.

11월에도 총 7천631대의 쏘나타 판매량 중 LF쏘나타는 택시용 LPG 모델을 합해 총 6천115대의 판매량을 기록, 6천대 수준까지 위협받았다. 순수 LF쏘나타의 판매량이 3개월 연속 4천대 판매에 그친 셈이다.

지난달에는 총 1만1천898대의 쏘나타 판매량 중 LF쏘나타가 9천682대가 팔려나가며 상승세로 반전했다. 순수 LF쏘나타의 판매량도 7천대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지난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법인장 회의를 소집, 판매를 독려하면서 12월 한 달 간 전 차종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 같은 판매 상승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6만9천357대, 해외 40만6천561대 등 전년 대비 19.4% 늘어난 47만5천918대를 판매했다. 수출은 16.7%, 내수는 무려 38.3%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판매 800만대 달성을 위한 정 회장의 특명에 따라 신차와 주력 차종 중심으로 적극적인 판촉과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면서 "지난달 LF쏘나타의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가 단순히 판촉 강화에 따른 효과인지, 차량의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인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신차 출시 후 3개월여 정도를 신차효과 기간으로 본다. 이 기간이 지난 뒤 떨어진 판매량을 다시 상승 반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통설이다.

지난달 깜짝 반전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 올해 판매 목표로 잡은 8만9천대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아슬란 부진에 판매간섭 효과도

현대차의 더 큰 고민은 아슬란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목표 6천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0월말 출시된 아슬란은 지난달까지 2천551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당초 연말 주요기업들의 임원인사가 맞물리면서 아슬란에 대한 수요가 늘어 연간 목표량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슬란의 판매량은 판매가 본격화된 11월 1천320대에서 지난달 992대로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아슬란의 판매 부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법인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무·전무급 승진자의 수요를 감안해 아슬란을 출시했지만 현대차를 제외한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임원용 차량 리스트에 아슬란을 제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상무급 임원에게 지급해 오던 그랜저, K7, 알페온, SM7 등에 비해 가격이 비싼 아슬란으로 굳이 교체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아슬란의 애매한 포지셔닝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전무급 승진자들은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차 'K9', 르노삼성 'SM7 3.5', 쌍용차 '체어맨 3.5' 등을 선택해왔다.

아슬란의 판매 부진은 물론, 출시 초반 우려했던 판매간섭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아슬란 출시 전후로 기존의 제네시스·그랜저의 시장을 갉아먹는 '내부잠식(Cannibalization)' 효과를 제기한 바 있다.

판매간섭은 상위차종인 제네시스와 겹치는 3.3모델에서 이어지는 양상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1월 2천527대가 팔려 전달(3천631대)보다 30.4%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판매대수가 전월 대비 76.9%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에는 166.9% 증가한 2천967대가 팔렸지만 전달 대비로는 17.0% 늘어나는 데 그치며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내수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물량 감소에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얼마 안 되는 아슬란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던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잠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그랜저 상위 트림과 겹치는 3.0모델의 경우에는 판매간섭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저의 경우에는 지난해 11월 7천449대가 팔려 전월(7천169대) 대비 3.9% 늘어났다. 지난달 판매대수 역시 전달보다 63.3% 늘어난 1만2천564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LF쏘나타와 아슬란의 판매 부진이 최근 소비자들이 주요 구매요소로 꼽고 있는 디자인과 연비 측면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F쏘나타의 경우 기존 모델 대비 평이한 수준에 그친 디자인 변경이, 아슬란은 애매한 시장 포지셔닝이 판매량 확대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연비와 세련된 디자인의 동급 수입차 경쟁차종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소비자들의 뇌리에 한 번 각인이 된 이상 두 차종 모두 향후 디자인과 연비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개선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기 전에는 판매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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