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한국보다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중국 모바일 게임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게임을 보고 배웠던 중국이 보기 좋게 역습을 해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획과 그래픽 등 일부 요소를 제외하고 서버 구축과 리소스 최적화 등 고품질 모바일 게임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 부문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칫 중국이 가르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PC MMORPG 게임도 등장
지난 7일 국내 시장에 소개된 웹젠(대표 김태영)의 신작 '뮤 오리진'은 '뮤 온라인'의 그래픽과 타격감 등 핵심 게임 요소를 모바일로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뮤 오리진은 지난 해 12월 '전민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에 선출시된 후 텐센트의 주요 게임들을 물리치고 현지 매출순위 1위에 올랐던 게임이기도 하다.
뮤 오리진은 별도 로딩 없이 마을과 필드를 오갈 수 있는 오픈월드를 구현하고 다수의 몬스터와 전투를 진행해도 지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야말로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특징을 모바일에서도 재현한 셈이다. 이는 몬스터 수집이 주를 이루는 한국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기도 하다.
문제는 뮤 오리진을 개발한 곳이 한국이 아닌 중국 게임사 킹넷이라는 점. 웹젠은 이 게임의 개발에 관여하지 않고 오직 뮤 온라인의 지적재산권(IP)만 제공하는데 그쳤다.
웹젠 모바일 사업부 천삼 팀장은 중국 모바일 게임의 기술력을 묻는 질문에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중국이 아니다"라고 요약하며 "리소스 최적화 노하우와 서버, 클라이언트 기술 등이 이전과 달리 크게 진보했다"고 말했다.
많아야 수만 명이 접속하는 국내 게임 시장과 달리 최소 수십만 명을 동시 수용하고 고품질 역할수행게임(RPG)을 선호하는 중국 게이머의 입맛을 맞추다보니 현지 개발사들의 기술력도 발전을 거듭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웹게임서 익힌 노하우 모바일서 풀다
게임 용량을 압축하고 별도의 설치 과정없이 인터넷에서 곧바로 접속할 수 있는 웹게임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은 중국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에서도 노하우를 유감없이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매출 1위 모바일 게임 '도탑전기'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가이아모바일 권명자 대표는 "중국 게임사들이 PC 클라이언트 게임보다 가벼우면서도 수많은 이용자들이 접속하는 웹게임 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서버 기술을 익혔다"며 "이는 한국 게임사들은 경험하지 못한 중국 게임사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PC 온라인게임 산업의 경우 우월한 서버 기술을 토대로 한국이 10년 가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모바일 게임은 이같은 특장점이 없어 한국만의 산업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질적 우위를 내세운 중국 모바일 게임은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도 깊숙히 침투한 상태다.
9일 국내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20위 권에 진입한 '리버스월드'(8위), '도탑전기'(15위), '드래곤가드'(16위), '아우라 레전드'(17위), '삼검호'(20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같은 날 중국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20위 권에 국산 모바일 게임이 단 한 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과 대조를 이룬다.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마블'만이 유일하게 30위를 기록 중이다.
더욱이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들이 올해 들어 중국의 고품질 모바일 게임 확보 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대륙발' 공습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픽·기획 분야는 아직까지 우위…반전 위한 '카드'삼아야
희망은 그래픽에 있다. 그래픽은 아직까지 한국 모바일 게임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권명자 가이아모바일 대표는 "중국 모바일 게임들도 그래픽이 놀랍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게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망 IP 및 기획력 부분에서도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쥐고 있다. 중국 게이머들이 주목할만한 '키'를 국내 게임사들이 갖고 있다는 얘기다. 뮤 오리진의 성공 사례는 한국의 파급력 있는 IP와 중국의 기술력이 만나 시너지를 보인 대표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15년 전 출시된 뮤 온라인이 중국 웹게임 시장과 모바일 게임 시장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을 지켜 본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앞다퉈 중국에서 통할 출시작들에 대한 검증에 나서고 있다. 상황 타개를 위한 수단으로 유망 IP가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웹젠의 천삼 팀장은 "그래픽과 기획 등 아이디어 부분은 여전히 한국 모바일 게임이 우세해 보인다"면서 "중국 게임사들은 여전히 한국의 유망 IP와 같은 기획 분야를 탐내고 있다"고 전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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