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사진)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핵심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비정규직을 오히려 대폭 늘리는 '대국민 낚시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표적 노동 전문가로 손꼽히는 은 의원은 15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올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지난해 연말 정국을 달군 공무원연금 개혁보다 훨씬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정규직 문제 등 민생 현안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에 대해선 "야당이라면 적어도 서민 살리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하 일문일답.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는 정부안에 노동계와 야권의 반발이 큽니다.
"사실 2008년에도 똑같은 상황이었어요.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갖고 나왔어요. 당시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100만명이 해고된다는, 이른바 '해고대란설'을 퍼뜨린 사람이 바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이던 이기권 장관이에요. 이번에 그때 실패한 정책을 또 들고 온 거예요. 비정규직 기간만 늘리고 정규직 전환은 더 어려워진다는 결론이 이미 2008년 내려졌습니다."
-'고용해지(해고)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요.
"대한민국은 정년제가 보장된 나라에요. 그런데 정리해고든 명예퇴직이든 희망퇴직이든 뭐라고 부르든 집단해고가 OECD 3위에요. 정규직이라 해도 그만큼 해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에요. 그런데 이제 좀 더 개별적인 해고가 쉽도록 가이드라인을 신설하는 거죠. 안 그래도 기업들이 성과가 낮은 직원들까지 달달 볶아서 내보내는 판국에 이제는 아예 대놓고 하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더구나 이런 가이드라인은 정책권고라 국회까지 보내서 관련 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어요. 정말 대단한 꼼수예요."
-정부는 이번 대책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긍정적으로 볼 부분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3개월 일하면 퇴직금을 주거나 정규직이 안 될 경우 이직금을 주는 등 말이죠. 그런데 이런 것들은 밑밥이고요. 정말 중요한 바늘은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고,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된 파견직 범위를 늘리고, 근로기준법상 엄격히 제한된 해고를 더 쉽게 해주는 조항들입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눈속임, 즉 낚시입니다."
-정부는 민생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불가피하다는데요."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화두는 이미 2005년에도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업은 돈이 남고 가계는 빚만 느는 심각한 소득 불균형입니다. 현대차가 10조원이나 들여 건물 한 채를 장만했는데 가계부채는 1천100조원으로 사상 최대에요. 그러면 어떻게 가계의 소득을 늘릴 것이냐. 정규직 늘리기가 답이죠. 현대차의 그 돈 가운데 5천억원만 들여도 현대차의 비정규직 문제가 모두 해결됩니다.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해도 부족할 마당에 정부가 '비정규직 더 쓰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이 경제가 어려워지면 꼭 서민을 탓합니다. 사실 서민들도 나라가 어려우면 노력을 많이 해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들은 금을 모았어요. 다른 나라들은 파업을 해요. 경제위기는 경영계와 정부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올해 국정 핵심과제라고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공무원 사회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는데요.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훨씬 더 저항이 클 겁니다. 공무원연금에 대해선 재정정자 해소라는 정부측 논리가 좀 먹혔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 상황은 이제 국민들도 다 알고 계시거든요. 지금처럼 모두가 너무도 힘들게 일하는 상황에서 절대 밀어붙이지 못합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통과는 불가능할 겁니다."
-역대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고용안정은 줄곧 나빠졌습니다.
"서민들을 보호할 정치적인 힘이 굉장히 약한 겁니다. 선진국들은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저항 조직들이 치밀합니다. 우리는 노조의 힘도 약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직률도 합쳐서 10% 정도 거든요. OECD 최하위에요. 이런 마당에 기업 입장에선 경영 비용을 가장 손쉽게 줄이는 방법이 노동을 압박하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정부가 아주 적극적으로 거들고 있고요."
-초선의원으로서 야당의 민생현안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새정치연합의 경우 을지로위원회로 활동하는 30~40명의 의원들은 확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 전체적으로는 아닌 것 같아요. 야당이라면 적어도 서민 살리기에 목숨을 걸어야죠. 지난해 담뱃값 인상 같은 것들 절대로 안 된다고 막았어야죠.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규제 완화하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킨 게 과연 서민들을 위한 것이었나요? 과연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우리 당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돌아봐야죠."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오는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국회에 들어와서 줄곧 현장을 다녔어요. 1년 365일 대략 320군데의 투쟁현장을 돌았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알바생들이 제게 SOS를 많이 쳤어요.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의 역주행을 막는 데는 현장에서의 역할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로서가 아니라 대중 정치인으로서 다 내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교 사회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양극화 민생대책위원회 운영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위원, 민주통합당 중앙당 윤리위원회 위원을 거쳐 19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한 노동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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