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국내 1·2위 게임사 넥슨과 엔씨소프트간 경영권 분쟁이 양측의 상반된 입장차로 과열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7일 넥슨재팬(대표 오웬 마호니)이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에 대한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바꾸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숱한 억측과 소문까지 유발하며 진실공방 사태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두 회사는 동일한 사안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상태. 이같은 대립 양상은 넥슨과 엔씨소프트 두 회사의 경영은 물론 게임산업 위기론까지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쉽사리 결론에 도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이르러서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넥슨의 경영 참여는 윤송이 사장 때문?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을 두고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은 윤송이 엔씨 웨스트 대표의 사장 승진 건이다. 윤 대표의 사장 선임이 넥슨의 경영 참여를 촉발시켰다는 것이 진실공방의 시작이다.
하지만 윤송이 대표를 둘러싼 보도에 대해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 회사 모두 사태 진화에 적극적이다.
엔씨소프트 윤진원 커뮤니케이션실장은 "넥슨이 지난 목요일 오후 변경 공시를 하겠다고 최종 통보해 왔고 임원 승진은 그 다음 날 최종 확정됐다"며 "승진 발표 때문에 공시 변경이 이뤄졌다는 얘기는 억측이자 물타기"라고 일갈했다. "매년 이 기간에 이뤄지는 정기 인사 발표이고 내부 직급 승진"이라는 입장이다.
넥슨 최현우 기업홍보실장도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 공시는 윤송이 사장 선임건과 관계없이 계획된 것"이라며 "윤송이 사장 인사 때문에 넥슨이 경영권 참여 공시를 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소문의 당사자인 윤송이 엔씨웨스트 사장의 경우 엔씨소프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등기 임원도 아닌 만큼 윤 사장을 내세워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방어에 나서려 한다는 일부 보도는 실제로 앞뒤가 안맞는 셈. 양사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력히 내세우자 소문도 진화되는 분위기다.
◆넥슨 "대화를 계속할 것" vs 엔씨소프트 "의도를 알 수 없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에 대해서는 두 회사 모두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쉽사리 결론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 목적을 변경한 배경을 두고서는 양사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7일 넥슨은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 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지속적으로 사내이사직을 요구해 왔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넥슨 측은 "사실이 아니며 대화를 지속하자는 뜻만 전달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자사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동시에 대화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넥슨이 공식적으로 사내이사를 요구한다는 '코멘트'는 없을지 몰라도 넥슨이 제출한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그 의도가 충분히 읽힌다는 것이 엔씨소프트 측 주장이다.
지난 27일 넥슨이 제출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경영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임원의 선임ㆍ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및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항목이 언급돼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공시로 압박하면서 대화를 하겠다는 넥슨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넥슨 "주주가치 제고 위해" vs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미 올랐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한 이유로 '양사의 기업가치 증가'를 내세웠다. 지난 해 10월 넥슨코리아(대표 박지원)가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 매입할 당시에도 "투자기업의 가치제고를 도모하기 위해 장내 매입 방식으로 추가 취득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이같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 넥슨이 손해를 입었다는 지적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화가 아닌 엔화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주 이유다. 지난 2012년 6월 13일 넥슨재팬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지분을 인수할 당시 원화가 아닌 엔화로 대금을 지불했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6월 13일 넥슨이 김택진 대표 지분 일부를 인수할 때 투입된 자금 8천45억 원을 당시 엔화로 환산(100엔당 1천496원)하면 537억 엔 수준이다. 이를 지난 27일 엔씨소프트 종가로 환산하면 6천89억 원으로 이를 다시 엔화로 환산(100엔 당 913원)하면 666억 엔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년 전과 비교해 넥슨은 23.8% 오른 129억 엔의 이익을 본 셈이 된다.
최근 지속된 엔저 현상과 더불어 엔씨소프트의 최근 주가 상승으로 인해 이미 최대주주 넥슨은 이득을 봤다는 게 엔씨소프트 측 주장이다.
◆ "최대주주로서 할 것 한다" vs "처음엔 경영권 염두에 둔 거래 아니었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를 바라보는 양사의 입장 또한 첨예하게 대립된다.
넥슨은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15.08%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이 8천억 원 가량을 투자한 엔씨소프트를 적극 압박하라는 일본 측 주주들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시각은 다르다. 애시당초 경영권 매각까지 염두에 둔 '딜'이 아니었던 만큼, 넥슨의 이번 경영 참여 공시는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는게 엔씨소프트 측 논리다.
지난 2012년 6월 넥슨에 보유 지분을 매각한 자금 8천45억 원은 당시 김택진 대표 보유지분을 주당 25만 원으로 계산한 액수로 당일 종가가 26만8천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경영권까지 매각하는 딜이 아니라는 뜻으로 대주주인 넥슨의 경영 참여 시도는 당초 의도를 벗어난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재팬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이는 넥슨재팬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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