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토종 제화 브랜드 '에스콰이아' 인수전에 최근 이랜드와 형지가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랜드는 이미 지난 2011년 제화 업체인 '엘칸토'를 인수한 바 있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와 형지그룹, 중견기업 1곳, 중소기업 1곳 등 총 4개 업체가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이에프씨(EFC, 구 에스콰이아)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1961년 설립된 이에프씨는 에스콰이아 등의 브랜드를 갖춘 중견 제화 업체로, 금강제화, 엘칸토와 함께 3대 제화업체로 부상했으나 최근 수년간 매출 감소로 자금난을 겪어왔다.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부채 총액은 1천178억 원이며, 은행권에서 빌린 돈은 775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프씨는 현재 사모투자펀드인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로, 지난 해 3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고 부동산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채권단과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서 8월부터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이에프씨가 가진 자산을 에스콰이아, 영에이지와 미스미스터, 소노비 등의 브랜드로 나눠 인수의향업체에 원하는 부분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도록 했다.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은 오는 12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랜드·형지 '눈치싸움'…이랜드 勝?
업계는 이번 인수전에 M&A로 사업 확장을 해 온 이랜드와 형지가 나란히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랜드가 최근 SPA 신발 브랜드 슈펜뿐 아니라 폴더, 엘칸토 등을 통해 신발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이번 이에프씨 인수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이랜드는 지난 2009년에도 에스콰이아 지분 인수를 추진하려다 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오는 2020년 연매출 100조 원을 목표로 세운 만큼 많은 투자와 노력을 들여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이에프씨 같은 기업을 인수하며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나갈 것 같다"며 "이랜드가 형지보다 매출 규모가 큰 만큼 더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해 이에프씨를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랜드는 지난 2011년 엘칸토를 인수한 후 지난 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최근 제화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엘칸토 연매출은 400억 원 초반(추정치)으로, 인수 초기(190억 원) 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에프씨 인수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화사업이 의류사업보다 좀 더 성장 가능성이 크고, 진입장벽도 높다"며 "엘칸토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에프씨를 인수하게 되면 시장 파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M&A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혀온 형지도 이에프씨 인수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패션 잡화 브랜드가 없는 형지로선 이번 이에프씨 인수가 성사되면 종합 패션 그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의 사업 분야는 여성복, 남성복, 학생복, 의류 도소매업, 유통업 등으로 다각화돼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남성복 전문기업 우성I&C 인수를 토대로 바우하우스, 캐리스노트, 베트남 C&M 의류 생산 공장, 에리트베이직을 연이어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는 형지가 우성I&C나 에리트베이직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그동안 패션 잡화나 유아동복 업체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지 관계자는 "패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패션 잡화에 관심이 생겨 이에프씨 인수에 참여하게 됐다"며 "현재 전개하고 있는 사업들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랜드가 예상과 달리 이에프씨 인수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 동안의 M&A를 추진해왔던 것을 비춰봤을 때 형지와의 인수경쟁으로 이에프씨의 인수가액이 높아지면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이에프씨의 사업부 전체를 인수하게 되면 부채까지 다 떠안을 수밖에 없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추진하진 않을 것 같다"며 "채권단이 통매각 후보에 가점을 준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랜드는 '에스콰이아'란 브랜드만 인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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