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언론사 외압' 의혹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이 후보자는 3선 현역 의원이자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인 출신이어서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황제 특강', 삼청교육대 근무 이력, 부동산 투기, 병역 특혜, 차남 건강보험료 미납 의혹 등이 잇달아 불거진 데다 최근 본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언론 보도를 통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낙마 가능성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패널 막으라 하니 빼더라" "윗사람들과 관계 있다"
'KBS'는 이 후보자가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막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언론사 간부가)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 그래서 빼고 이러더라. 내가 보니까 빼더라"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언론사 간부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자신의 의혹 관련 방송을 막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는 또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며 언론사 간부를 통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나 위기에 처했다.
이 후보자는 녹취록 내용이 보도된 직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해명했다.
◆등 돌리는 여론, 野 "사퇴하라" 파상공세
이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보수 언론도 한 목소리로 이 후보자의 언행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명색이 총리 후보자가 언론사에 압력을 넣을 수 있고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식의 비상식적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언론 자유를 부정하는 사고를 바꾸지 않는다면 정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언론 외압 이외에도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과거 낙마했던 다른 국무총리 후보자 보다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치인 출신 총리 지명에 환영의 뜻을 표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이 후보자에 맹공을 퍼부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태도는 어떠한 의혹 보다 총리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이 후보자는 두 말 없이 깨끗하게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도 "정치 권력의 보도 통제, 언론사에 대한 인사 개입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후보자는 총리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사청문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청문회를 시작도 안 해보고 지금 당장 사퇴를 요구한다는 건 너무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가 본인의 인식에 대해 오해받고 있는 부분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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