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국내정치 개입 의혹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이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과 자격 정지 3년을 받아 법정 구속된 것에 이어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 내용을 과장해 공개하는 등 국내 정치에 대한 공작을 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경향신문은 25일에 이어 26일에도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에 '시계 언론플레이'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공작에 나섰다고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옛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시점에 국정원 측이 시계 얘기를 (언론에) 강조하자는 의견을 전해왔고, 검찰은 수사기법상 소환 전 오픈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소환 직전 시계 수수 의혹이 집중적으로 보도됐고, 소환 이후엔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까지 나와다.
또, 국정원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뒤 서거 때까지 한 달 가까이 구속 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있어서는 안될 국내 정치 개입을 자행한 것이어서 이명박 정권 시절 민간인 사찰 논란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국정원이 또 다시 초유의 위기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강한 분노를 드러내며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2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원이 검찰의 수사내용을 왜곡해 언론에 제보하고 연론을 호도했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 당도 이 사안의 중대성을 위해 내주 초 국회 정보위와 법사위를 긴급 소집해 진상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 사건은 국정원의 개인 일탈을 뛰어넘는 조직적 중대 범죄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진보적 시민단체인 한국 진보연대, 민주국민행동과 민변은 이날 사회 원로 및 각계 대표들의 의견을 모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정원 대선개입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이를 통해 다시는 관권 개입 선거가 없도록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공작이라는 음습한 구시대적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국정원 개혁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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