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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폭풍전야?… 실적·투자·겸임 논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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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롯데·CJ 13일·20일 슈퍼 주총데이

[안광석, 장유미, 민혜정 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삼성과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계열의 주주총회가 동시에 열리는 13일과 SK, 롯데, CJ 그룹 계열 주총이 몰린 20일이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주총시즌이 그룹 총수의 실형판결로 등기이사 사퇴가 잇달았다면 올해는 오너일가 등의 사내이사 겸임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될 형국이다. 여기에 실적부진과 막대한 투자 등에 대한 일부 주주들의 반발 등도 예상돼 여느때와는 달리 올해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한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CJ 등 주요 그룹 주주총회가 오는 13일과 20일 잇달아 열린다. 13일과 20일 주총을 여는 상장기업들만 각각 68개사와 229개사에 달한다.

올해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선임건을 비롯해 손경식 CJ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앞두고 오너일가의 과도한 겸임 등 이사회 독립성 논란이 재차 불거질 조짐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역시 매년 큰 이슈없이 주총을 무난하게 치렀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역성장 등 실적부진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매입을 둘러싼 고가 인수 논란 등이 복병이 될 수있다.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영입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주요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는 등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나설 지도 이번 주총시즌 최대 관전포인트다.

◆삼성-현대차, 실적에 고가 매입논란 '복병'

삼성전자는 오는 13일 정기 주총을 통해 권오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을 비롯한 김한중 감사 등 사외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안건 등을 처리한다.

주총을 통해 3년 임기가 끝나는 권오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한중 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과 이병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각각 감사 및 사외이사에 재선임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이 빠지면서 오너일가의 책임경영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전망이다.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이나 이에 따른 후계구도 등 문제도 변수다.

지난해 매출과 이익에서 IMF 이후 첫 역성장하는 등 실적 둔화도 부담이다. 다만 올해 이사 보수한도를 지난해 480억원에서 390억원으로 낮추고, 현금배당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에 나선 상태. 주총을 치르는 데 큰 무리는 없겠지만 배당 확대 등 추가 요구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또 이날 열리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총 역시 지난해 합병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만큼 이에 대한 주주반발 등도 우려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13일 현대자동차 및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을 동시에 갖는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현대차 주총에 집중돼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를 감정가의 3배인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으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서도 윤갑한 울산공장장(사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나 재무제표 승인 등 안건을 놓고 일부 자산운용사 및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 사장의 경우 현대차 이사회가 한전부지 매입을 결정할 당시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주주인 브레인자산운용(지분 0.14%)은 지난 9일 윤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 이라고 공시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현대차가 감정가 대비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한전부지를 취득해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다"며 "그럼에도 과도한 잉여 현금 보유 및 배당 확대 미진 등 주주 권익 침해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동 안건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투자자와 브레인자산운용처럼 그룹 계열사로 엮이지 않은 독립 운용사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현대제철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LG화학의 경우 13일 주총에서 순익 감소에도 이사 1인당 보수한도를 14% 늘리기로 해 주주반발이 우려되는 경우다.

◆실적·겸임·방패막이 논란, '큰손' 국민연금 행보 촉각

20일로 예정된 SK와 롯데, CJ 그룹 계열 들의 주총 역시 실적이나 사내이사 과다 겸임 등 복병이 만만찮다.

SK그룹의 올해 주총 화두는 위기를 맞은 주요 계열사들의 '새판 짜기'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신규선임된 정철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유가급락 지속으로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34년 만에 처음으로 무배당을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은 정 사장의 위기 돌파력에 희망을 걸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말 신규선임된 장동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총에서 ICT 관련 수출입 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해 사업목적에 수출입 및 수출입 중개·대행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SK그룹 계열중에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만 유일하게 재선임 안건을 올렸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오는 20일 주총을 열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및 주당 2천 원의 현금배당(배당총액 591억 원 규모)을 처리키로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93세인 신격호 회장이 고령인데다 이사직을 과다겸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곳에서 반대 의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 회장은 그룹 내 11개 계열사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업계는 이사로서의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8~9개사의 이사를 겸직할 경우 과다겸직으로 판단한다.

또 롯데쇼핑은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상향, 2천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여전히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업계 평균치는 17.5%이지만 롯데쇼핑은 올해 기준으로 10.8%를 기록 중이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CJ그룹 역시 오는 20일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지주사인 CJ(주)는 손경식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을, CJ대한통운은 손관수 공동대표를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다만 조카 이재현 회장과 함께 손 회장이 등기이사에 재 선임되면서 이사회 독립성 논란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

농심 역시 오는 20일 정기 주총을 갖고 신춘호 회장과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 등기임원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같은 날 열리는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이 상정돼 있다.

오너 일가의 과도한 겸임과 함께 기업들이 권력기관 출신을 영입해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논란 역시 올해 주총의 복병이 될 조짐이다.

LG전자는 19일 주총을 열고 홍만표 에이치앤파트너스 변호사와 최준근 J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안을 처리한다. 홍 변호사는 지난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 출신이다.

또 20일로 예정된 기아자동차는 주총에서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 및 김원준 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국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확정한다.

SK그룹 계열사들 또한 이번 주총에서 '방패막이 사외이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고,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SK텔레콤은 이재훈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SK C&C 또한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주요 유통업체들도 최근 몇 년 동안 국세청과 공정위 등에서 많은 압박을 받아온 탓인 지 올해 주총에서는 관료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이마트의 경우 13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4명 중 3명이 관료 출신 인사들이다. 신규 후보자로는 박재영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준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를, 재선임 후보로는 전형수 서울지방세청장을 명단에 올렸다.

20일 주총을 갖는 현대백화점은 김형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GS홈쇼핑은 구희권 전 국회사무장이 사외이사를 맡는다. 또 현대홈쇼핑은 오는 27일 주총에서 이창세 전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 최항도 전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등을 신규 사외이사 선임후보로 올렸다.

이처럼 오너 일가와 기업들의 권력기관 출신 영입 논란이 이어지면서 주요 그룹 계열사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관심사.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등의 사유로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에쓰오일, 만도 등의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안광석기자 hov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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