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해 7조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이하 민자사업)을 발굴해 추진한다. 정부와 민간이 사업위험을 합리적으로 분담해 민간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8일 최경환 부총리 주재로 개최한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각종 규제를 전면 철폐해 민간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돈은 풍부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간 여유자금에 안정적 투자처를 제공해 경제 흐름의 선순환 구조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민자사업은 사업위험을 민간이 대부분 부담하는 수익형(BTO)과 정부가 주로 부담하는 임대형(BTL)으로 운영됐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사업위험을 분담해 민간 투자 유인을 높이고, 이를 통해 총 7조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새 민자사업 운영방식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시설투자비와 운영비용을 분담하는(예: 50:50) '위험분담형'(BTO-rs: Build, Transfer, Operate - risk sharing), 그리고 정부가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용의 일부(예: 시설투자비의 70%)를 보전해 사업위험을 줄이면서 동시에 이용요금도 인하할 수 있는 '손익공유형'(BTO-a: Build, Transfer, Operate – adjusted)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할 경우,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금융권 투자패턴에 부합하고, 재정상 추진이 곤란했던 상수관망 개선사업도 추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사업, 서울 경전철 사업 등에 적용시 건설보조금을 줄여 재정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투자 막았던 걸림돌 치우고, 지원은 강화
민간투자를 가로막았던 법적·현실적 제약요인도 대폭 손질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민간투자 특수목적법인(SPC)은 대기업 건설사들이 주도했지만,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편입에 대한 부담으로 SPC 지분탈퇴자가 있어도 지분 인수가 곤란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최다출자자인 건설사가 민자SPC의 임원구성 등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는 건설기간 동안 계열회사 편입을 유예해 대기업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민간이 사업 제안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제출서류 작성부담을 절반으로 축소(기본설계를 기본계획 수준으로 완화)한다. 또 초기 건설단계 자금조달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BTO사업의 최소자기자본비율도 20%에서 15%로 인하한다. 이렇게 하면 건설단계인 8개 도로 사업의 경우, 사업당 평균 500억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적극적인 민간의 사업제안을 유도하기 위해 최초 제안자 우대점수를 총점의 1%에서 2~3% 수준으로 확대하는 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또한 경쟁적 협의절차 등 신속추진절차(Fast Track)를 도입해 소요기간을 현행보다 3분의 1 ~ 4분의 1 정도로 대폭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경쟁적 협의절차란 평가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 쟁점을 사전에 해소해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제도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운영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민자사업은 사업제안방식에 따라 정부고시사업과 민간제안사업으로 구분하고, 경쟁적 협의절차는 정부고시사업에 적용할 방침이다. 도로사업에 적용되면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실시협약 체결'까지 현행보다 약 15개월 단축이 가능해 기존에는 40개월 정도 걸리던 기간이 25개월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는 민간투자 대상시설 확대를 위해 '민자 우선검토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청사 등을 포함하는 민간투자법 개정도 추진한다. 그 동안 재정으로 추진해 온 사업도 예산타당성 심사과정에서 민자 적격성이 있는 경우 민자로 추진한다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약 1조8천억원 규모의 사업이 민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대사업 활성화, 세제지원 등 민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정부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재 진행중인 민자사업도 절차단축이나 민원 해소 등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약 1조3천억원이 조기 집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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