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유통 대기업들이 오는 6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전략싸움'에 나섰다. 면세점 사업이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알짜배기'로 평가받자 각 기업들은 이번 면세 사업권 획득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에 대한 신규 사업권 입찰이 오는 6월 1일부터 진행돼 이르면 7월 중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이 선정된다.
선정 기준은 경영능력(300점), 관리역량(250점)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롯데(명동·잠실·코엑스) 3곳, 호텔신라(장충동) 1곳, 워커힐(자양동) 1곳, 동화(세종로) 1곳 등 총 6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이 들어서는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으로, 대기업들은 2장의 사업권을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호텔신라, 합작법인 설립으로 사업권 획득 기대감 높아져
유통 대기업 중 이번 입찰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기존 면세 사업자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를 비롯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새롭게 도전하는 현대백화점과 현대산업개발, SK네트웍스,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이다.
이 중 가장 면세점 사업권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곳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다. 얼마 전까지 경쟁업체였던 이들이 지난 12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고 깜짝 발표를 하면서 사업권 획득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진 상태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에 최소 1만2천㎡ 이상 규모를 확보, 국내 최대 규모로 면세점을 준비할 방침이다. 또 영화관 등 복합 여가시설과 대형버스 100대를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주변 관광지 등 여러 인프라를 내세워 자신들만의 경쟁력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침체됐던 일본 도쿄의 야키하바라가 중국인 관광객 특수로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우리가 면세 사업권을 획득하게 되면 용산 전자상가도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 경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시장 평가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명동과 강남에 몰렸던 기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장에서 벗어나 강북과 강남을 잇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호텔신라는 기존 서울시내 면세점 운영자들에게 쏠렸던 '독점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셈"이라며 "현대산업개발이 내세운 용산의 지리적 장점과 호텔신라의 면세사업 운영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서로간의 시너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독점 논란으로 입찰 가능성 낮을 듯
반대로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전에 도전 의사를 밝힌 호텔롯데는 입찰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서울 시내 면세점 6곳 중 3곳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독점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말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약 52%를 차지했다.
그동안 호텔롯데는 올 연말 만료되는 소공동 본점 및 잠실점 사업권 재취득에 주력한다는 뜻을 밝히며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점차 재취득에 대한 가능성이 확실치 않은데다 지난 3월 제주 면세점 입찰에서 뜻밖에 신라, 부영과 접전 끝에 사업권을 획득한 탓에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
호텔롯데 관계자는 "이번에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했던 업체 중 탈락한 곳들이 올 연말 우리가 면세 사업권 재취득 시 사업권 획득에 재도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의 사업권 수성을 장담할 수 없어 입장을 바꿔 이번 6월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우선 면세 사업장 후보지로 김포공항과 동대문 등 기존 롯데 유통매장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가로수·이태원·신촌 등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롯데 매장이 없는 지역은 건물 임차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가 너무 많은 면세 사업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권을 또 획득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입찰전에 도전한다고 하지만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눈치 작전' 치열한 신규 사업자, '입지'가 관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등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입지 선정을 두고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는 신세계와 한화, SK네트웍스와 달리 현대백화점은 이미 입지와 전략을 공개한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면세점이 집중된 강북이 아닌 강남에 위치한 무역센터점을 최종 부지로 확정하고, 코엑스 단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점을 살려 자사만의 경쟁력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또 조만간 면세점 사업을 추진할 별도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입지를 두고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과 상권이 겹쳐 심사 시 불이익을 당할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멀지 않은 곳에 롯데면세점 잠실점도 운영되고 있는 데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것도 사업권 획득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점이 운영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백화점 운영을 통해 이미 명품 브랜드들과 협력해왔던 만큼 면세점 운영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입지를 신세계 본점이나 강남점 중 결정할 계획이다. 최근 장재영 신세계 백화점 대표도 두 곳을 면세사업 후보지로 꼽았다. 이 외에도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도 시내면세점 입찰이 시작되는 6월 전에 입지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점 보다 신세계 본점 신관을 면세사업 후보지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남대문 시장 등이 있어 입지가 좋지만 교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머지 업체들도 아직까지 입지가 확정되지 않아 시기 상으로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면세점 입지와 운영 능력이 사업권 획득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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