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선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 후 이 총리 거취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17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히 수도권 의원들의 경우 내년 총선도 의식되고 여러 가지 우려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총리 거취와 관련해 퇴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강한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1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총리에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이재오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총리 진퇴에 대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상당히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총리가 부패 스캔들에 걸려 조사를 받느냐 마느냐 오르내리는데 대통령 없는 동안 직무를 대행한다는 것은 도리가 안 맞다. 그건 대통령에게도 상당히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주는 것이 대통령이나 국정을 위해 총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이 출국 직전 김무성 대표와 독대한 것이 이 총리에 거취와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에 공감대를 표했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정병국 의원 역시 "총리를 문제삼지 않겠다면 거취 문제가 왜 나왔겠느냐. 그런 부분이 대통령이 준 메시지라고 본다"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내 여론을 종합해 더 이상 안 되겠구나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라도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묻자 "그건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만큼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흘러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당분간 열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일단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는 당에서 중심을 잡고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검토 중인 이 총리 해임결의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논의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일부 초·재선 모임 소속 하태경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이런 문제는 종합적인 상황이 파악되면 하나씩 처리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지, 국민적 공분이 모인다고 해서 오늘은 누구 자르고, 언론이 누구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자르고 하는 것은 공명정대한 일처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당에서도 정치적 판단을 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 "1~2주 정도 시간이 있으면 여러 가지 상황들이 분명해지고 그러면 이 총리에게 자진 사퇴하라든지 대통령에 경질을 요구한다든지 입장이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 총리에게 우리 입장에서 마지막 기회를 드리는 것 일수도 있다"며 "충분히 진솔하게 해명을 잘 하고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해임건의안이 올라왔을 때 여당이라고 감싸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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