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승리로 막을 내린 4.29 재보궐 선거는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의 운명도 갈라 놨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4명을 새로 뽑는 '초미니' 선거였지만, 지역구가 수도권에 집중된 데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굵직한 이슈가 얽히면서 정치적 의미가 커졌다.
재보선 성적표가 정국 주도권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야 1위이자 집권 여당, 제1야당을 각각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하루에도 두 세 개 지역구를 오가며 재보선 지원에 전력투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 레이스를 방불케 한다는 평이 나왔다.
◆김무성 리더십 굳히기…문재인 '책임론' 불가피
선거전이 치열했던 만큼 최종 성적표를 받아든 김 대표와 문 대표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재보선 역시 승리로 이끌며 '재보선 불패 신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메가톤급 악재로 여권 전체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김 대표가 재보선 승리라는 돌파구를 마련한 모양새가 되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 뿐 아니라 당청관계의 주도권도 김 대표가 쥐게 될 전망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비박계인 김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친박계의 반발로 미뤄온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등 당내 현안을 힘 있게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정부 여당 중점 추진 과제의 관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김 대표가 추진해 온 과제들도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 대표는 재보선 패배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게 됨은 물론 장기 독주해 온 야권 대권주자 경쟁에서도 밀려날릴 공산이 크다.
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공언하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패배로 당내에서 총선 승리에 대한 회의감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야권의 심장인 광주 서을을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에게 내준 것은 다른 어떤 지역구에서 패한 것 보다 뼈아픈 대목이다.
이는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 '호남 신당'이 출현, 새정치민주연합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우클릭' 논란을 불러 온 문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론', '안보정당론'이 동력을 상실하고, 여야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같은 길', 당락 갈린 정동영·천정배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운명도 엇갈렸다. 두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무소속으로 야권 텃밭인 서울 관악을(정 전 의원)과 광주 서을(천 전 의원)에 각각 출마해 눈길을 끌었으나 천 전 의원만 당선됐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월 탈당 당시부터 야권 내부의 비판을 받았고, 진보 진영 신당 추진 모임 '국민모임'에 합류한 뒤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마땅한 인물을 영입하지 못한 채 본인이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야권 분열 책임론까지 떠안게 됐다. 오후 10시 45분 현재 개표가 67.19% 진행된 가운데 정 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4.63%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득표율 43.36% 보다 10% 넘게 높다. 야권 분열로 이길 수 있는 곳에서 패한 셈이다.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천 전 의원은 호남 정치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