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 금융시스템 불안과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8일 '글로벌 금리 정상화와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5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개회사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경기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어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저성장 및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우려점으로는 "그간 장기간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경제주체들의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대규모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제주체들이 부채를 늘리고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많이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예상 외로 큰 폭 상승하면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채무상환부담 증가, 투자손실 발생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실물경제를 다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으로부터 국제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 해외자본의 빠른 유출은 환율 및 시장금리 급등을 초래하고, 결국 성장과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등의 완화기조 지속이 이 같은 자본유출 위험을 다소 줄여줄 수는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에서 달러화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잠재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과제로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하면서도 구조개혁 추진으로 경제 펀더멘털 강화 ▲적절한 거시건전성정책으로 부채 누증 등을 줄이는 금융안정 리스크 완화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면의 국가간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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