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중동호흡기 증후군으로 국가 위기 상황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비판을 받았던 안전 관련 무능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은 모두 메르스 관련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주무 장관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8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초기에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병하면 즉각 확산을 막고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관리대상을 경계하고 병원 내 감염 전파를 막았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초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가 안된 것이 컸다. 메르스 확산은 최초 환자와 이후 14번, 16번 환자가 다수의 병원을 거치면서 병원 내 연쇄 감염을 일으킨 것이다. 이 세 명의 환자가 감염시킨 환자 수가 80%에 달한다.
무엇보다 메르스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진 상태에서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아 병원들이 빠른 대처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최초 대량 감염 사례가 나왔던 평택성모 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도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됐다.
메르스 관련 감염 경로도 파악하지 못해 2차 감염자가 해외로 충국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자가 격리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들이 주거지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자가 격리 판정을 받은 70대 노인이 1차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판정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전북 순창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내려가 마을 주민 전체가 격리됐다.
메르스 방역과 예방을 책임지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의 안이한 초기 대응 역시 문제였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21일 질병관리본부는 검역의 날을 기념해 1박 2일로 충북 충주의 한 연수원에서 체육대회를 진행한 것이다.
8일 국회 긴급대책회의에서는 의원들이 이를 지적하며 "환자에 확진이 이뤄졌다면 행사를 취소하고 돌아왔어야 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같은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에 대한 미온적 인식이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컨트롤타워 논란은 메르스 발생 20여일이 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본부장인 메르스 관리대책본부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두고 이를 국무총리 권한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메르스 관계장관회의를 하면서 총괄한다고 하고 있다.
청와대에도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을 반장으로 하는 '메르스 긴급대책반'이 꾸려졌고, 합동상황실도 운영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있어 초기의 혼선이 불거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이같은 비판 여론에 대통령이 내각과 정부를 통솔하면서 메르스 대책의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를 부른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의 초기 대응 문제는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초기의 혼선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부가 이제라도 메르스와 관련해 리더십을 보여 이같은 여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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