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인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 개정안 재의결에 반대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재의결 불가' 입장으로 가닥을 잡아 가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최근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에서 입장을 취하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할 경우 재의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돌아오면 이를 재의결하지 않고 계류시켰다가 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 대표의 움직임에는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에 부칠 경우 결과와 관계없이 여권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 탓이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거부권 행사 후 재의 안 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고, 비박계인 홍일표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냥 폐기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당의 대체적 기류"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려면 재의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설득해야 한다.
정 의장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헌법을 지켜야 될 의무가 있는 수장"이라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경우 야당이 거세게 반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것이란 점도 새누리당에 부담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로 다시) 안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정부 측 입장은 이해하지만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기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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