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제일모직이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제일모직 CEO IR 간담회'를 열고,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둘러싼 '합병비율', '합병시점' 등에 대한 시장의 이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측 CEO가 공식 석상에서 합병 비율 및 시기, 합병 당위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 경영진은 엘리엇 매니지먼트 공세에 대응, 합병 비율 재산정은 물론, 합병 무산시 이를 재추진 하는 등 이른바 '플랜B'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날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 부문 사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재산정 가능성에 "여러 절차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결정 됐다"며, "일각에서 삼성물산이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은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있지만 삼성물산의 장기적 성장 전망을 감안,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병비율 재산정은 없다는 얘기다.
합병비율(현재 1대 0.35) 재산정은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측이 삼성그룹과 대립각을 벌이고 있는 주요 쟁점이다.
엘리엇측은 현 시가 기준으로 산출된 합병비율이 자산 가치가 큰 삼성물산 주주에는 불리하게 적용,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 되는 등 합병시기도 문제삼고 있다. 결국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가치를 무시,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승계에 합병에 주된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상장하면서 글로벌 회사로 성장을 목표로 했다"며 "지금까지 국내 위주의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인프라, 시스템 등 여러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었고, 이에 대한 투자와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며 오는 9월 예정된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주화 사장은 "(글로벌 진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했고, (이런 상황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물산이 있었다"며, "(제일모직 입장에서는) 물산의 인프라와 리소스를 활용하면 물산은 사업 역량 확대가, 제일모직도 시간과 노력을 단축할 수 있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의 합병은 최소한의 선택으로 (합병 무산시 재추진 등 )플랜B는 없다"며, "합병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삼성물산의 건설·상사는 성장에 한계 있고, 제일모직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신규 사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이지만 제일모직은 시간이 갈수록 주가가 올라 최대한 빨리 서둘러 시장의 성장 모멘텀을 찾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역시 "(합병을) 좀 더 기다리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시장이 만족하는 수준(시기)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며 "삼성물산이 새롭게 태어나 영업이 좀 더 충실해지고 비즈니스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며 현재가 합병에 적기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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