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위헌 논란을 빚은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이 오는 6일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격정 발언'을 쏟아내며 거부권을 행사한지 12일만이다.
재의 표결 결과에 따라 향후 여야 관계는 물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의 향배가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어서 이날 본회의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與 '본회의 참석 후 퇴장' 방침…野 반발 속 정국 급랭 불가피
당초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으나 정의화 국회의장이 재의에 부친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일단 본회의에 참석하되 표결 전 퇴장한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가뜩이나 격화되고 있는 당청, 당내 계파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을 우려,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결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면 일단 (본회의에) 참여한다"며 "당의 의사를 밝히고 퇴장하는 형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여야 의석 분포(새누리당 160석, 새정치민주연합 130석, 정의당 5석, 무소속 3석) 상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회법 개정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재의요구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기 때문이다.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국회법 개정안은 폐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해 박 대통령이 과거 의원 시절 공동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발의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경제활성화법 등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사안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與 '유승민 거취 논란' 재점화 예고
새누리당으로서는 야당의 반발 보다 국회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당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잠시 소강기에 접어든 '유승민발(發) 계파 갈등'이 재점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친박계는 6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상태다. 국회법 개정안 폐기가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오는 20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본회의 다음날인 7일 운영위원장으로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결산심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사퇴 불가'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끝내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친박계 최고위원 사퇴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박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의원총회가 소집되더라도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계가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하고 있어 친박계가 원하는 결론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사퇴함으로써 당 지도부를 와해시키는 방안은 더 큰 부담이다. 김무성 대표가 물러나면 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장으로서 당권을 잡는 상황이 도래할뿐더러 비박계의 결집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 전당대회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다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박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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