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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계좌이동제, 은행 갈아타기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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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좌이동 전쟁 초읽기] 은행권 서비스도 대폭 변화 예고

이동통신 번호이동제처럼 은행의 계좌를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10월부터 도입된다. 번호이동제 도입 후 이동통신 시장이 뺏고 뺏기는 마케팅전으로 변모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계좌이동제 역시 기존 고객은 지키면서도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려는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은행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은행들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지 각 은행들의 대응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혜경기자] 특정 은행에서 발급받은 주거래계좌라 해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은행으로 자유롭게 계좌를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10월부터 도입된다.

계좌이동제가 본격 도입되는 시점은 오는 2016년부터지만 시동은 이미 걸린 상태. 은행들은 지난 7월 여러 계좌의 자동이체 현황을 한눈에 보고 해지도 할 수 있는 '페이인포' 서비스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10월 계좌이동제 도입을 앞두고 벌써부터 전략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고객들을 지키면서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계좌이동제는 지난 2013년 11월27일에 금융위원회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단숨에 은행권에 몰아친 태풍의 눈이 됐다.

금융위는 "소비자의 실질적인 금융회사 선택권 보장을 위해 경쟁촉진 인프라를 조성하고 관련 규제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계좌이동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각종 공과금과 급여 이체를 볼모 삼아 마음 편히 영업하던 은행들이 앞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해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단순한 계좌이동제 시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염두에 둔 정책인 것이다.

지금까지 금융소비자들은 거래하던 은행이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은행으로 가지 않고 그냥 참는 경우가 많았다. 주거래 계좌에 연결해둔 각종 공과금 이체나 급여 이체 항목들을 일일이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 하는 작업이 너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기만 하면, 사전에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이체, 급여이체 등을 별도 신청작업 없이 자동이전 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와 은행과의 관계에서 가장 답답하던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계좌이동제 실시를 앞두고 다양한 신상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급여나 연금, 공과금을 이체하는 주거래 고객에게 온라인 거래나 자동입출금기(ATM)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 주거나, 대출금리 할인이나 적금금리 우대, 카드 포인트 우대 등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계좌이동제를 시행한 해외에서는 고금리 제공, 캐시백 또는 일회성 현금 지급,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었다.

◆계좌이동제, 은행 갈아타기 계기될 수 있을까

계좌이동제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갈아탈까?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월 은행계좌를 직접 관리하는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도입 시 계좌이동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는 무려 두 명 중 한 명이나 됐다(52.5%).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가 이렇다고 해서 실제로 계좌이동이 활발하게 벌어질지는 미지수다. 설문조사 당시에는 '옮길 일이 있으면 옮기겠다'고 대답했어도 막상 본인이 계좌 이동을 하려고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걸리는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번호이동이 활발했던 이동통신 시장과 달리, 은행의 계좌이동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임형석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은 주거래은행 제도가 있지만 개인들은 딱히 그런 게 없어 어느 은행에 큰 문제가 생기면 우르르 빠져나가는 경우는 생길지 모르겠지만, 자동이체를 편하게 옮길 수 있다는 정도로 개인들이 계좌를 많이 옮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의 구용욱 애널리스트도 "이동통신서비스에서는 단골(장기 이용고객)이라 해도 혜택이 별로 없어서 고객들의 이동을 막을 만한 요인이 딱히 없었지만, 은행은 단골인 경우 수수료가 거의 무료여서 단골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며 "이용자들이 거래은행을 바꿀 요인이 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계좌이동 고객에게 은행들이 제시할 수 있는 우대금리가 저금리 상황이라는 점도 계좌이동제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1년 만기 기준으로 2% 전후 수준인 현행 은행권 예·적금 금리에 추가로 얹어주는 금리는 대체로 1%p 아래가 많다. 최고치로 제시한 신한은행이 실적에 따라 연 1.3%p를 제시한 정도다. 대출금리에서 할인해주는 금리도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이 정도로는 굳이 그동안 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기존 은행을 버리고 새 은행으로 갈아탈 당근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이유로 계좌이동이 실제로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은행들의 수익성 역시 변화가 그리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계좌이동제, 은행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듯

계좌이동제는 단기적으로 은행권의 고객기반을 뒤흔들기보다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중장기적 서비스 향상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연구원의 임형석 실장은 "계좌이동제 도입은 서비스 제고 요인이어서 경쟁풍토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KDB대우증권의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국내 은행은 계좌 유지비를 따로 안받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여러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 입장에서는 단순히 계좌만 유지하는 돈 안되는 고객보다는 대출도 받고 카드도 쓰는 '돈 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늘리는 차별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전상욱 전략연구실장은 "영국에서 계좌이동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에 대한 고객 불만보다는 금융정보의 제공과 거래 편의성 등 전반적인 금융 니즈의 충족 여부가 계좌이동의 의사결정을 좌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은 ▲금융상품 간 비교 정보 ▲본인과 유사한 이들의 금융거래 정보 ▲경제정보 등 고객이 금융거래 및 자산관리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필요한 거래를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는 도구를 원한다"며 "은행은 그동안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에 대한 조언자 및 지원자로서의 포지셔닝에 성공할 때 충성고객 확보에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형 은행들의 약진 기회될까

한편, 선발주자들의 벽이 공고한 은행산업에서 계좌이동제가 중소형 은행들의 약진 기회가 될 수 있을 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해외에서는 중소형 은행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과를 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건은 투입한 마케팅비만큼 새로 유치한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벌어줄 수 있느냐에 있다.

상대적으로 영업 규모가 작은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일단은 계좌이동제 도입 후 분위기를 지켜보려 한다"며 "(고객 기반을 넓힐)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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