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한·일 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롯데그룹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규모 고용 계획 마련은 물론, 호텔롯데 상장 검토와 함께 대국민 사과 등 최근의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
이는 최근 당정까지 나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변화'에 대한 압박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오는 11일 오전 11시 이번 롯데 일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일로 후진적 지배구조와 국적논란 등 롯데그룹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고객, 주주, 임직원 등에게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해 그룹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 회장은 현재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도 지난 3일 귀국 후 지금까지 그룹 안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반 롯데 정서가 확산되자 이를 막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을 강조한 직후인 지난 7일 2만4천 명을 신규 채용하는 대규모 고용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선, 호텔롯데 상장 가능성 급부상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 당시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들어갈 자금 확보와 향후 계획된 호텔·리조트 개발사업의 자금 확보를 위해 호텔롯데에 대한 기업공개를 검토한 바 있다. 또 이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승인하지 않아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신 총괄회장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얘기가 내부에서 다시 거론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불투명한 롯데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주주 99%가 일본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적논란이 가열됐지만 상장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주식 99.28%는 19.0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의 12개 L투자회사, 광윤사, 패미리 등 일본 회사들이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동빈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로 등재된 12개 L투자회사들이 지분 72.65%를, 광윤사가 5.45%, 일본패미리가 2.1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주주인 부산롯데호텔(0.55%)과 호텔롯데의 자사주(0.17%)가 차지하는 비율은 0.7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분을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호텔롯데의 배당금 역시 일본으로 넘어간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55억 원을 배당했으며 이 중 254억 원을 롯데홀딩스 일본 주주들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호텔롯데가 결국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제2롯데월드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가 주요 주주인 오너 일가와 일본 계열사가 자기 지분을 내놓거나(구주 매출) 신주를 발행한 뒤 공모를 거쳐 상장할 경우 일본 계열의 지분율을 낮춰 한국 롯데가 어느 정도 분리·독립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 하는 만큼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시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호텔롯데 상장이 실현된다면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일본기업 이미지 탈피 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오너가의 영향력을 축소한다는 뜻인 만큼 결단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롯데 상장은 경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상장을 위한 요건에 걸림돌은 없지만 기존 주주들의 뜻이 모아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추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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