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중국 정부의 잇따른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과거 '엔저 사태'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 기준고시환율의 결정방식을 개선한다며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9% 평가절하했다. 이어 12일에도 1.6% 절하된 6.3306위안/달러로 고시했다.
이틀간 3.5%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것인데, 이는 중국이 2005년 위안화 고정환율변동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증시와 미국, 유럽 증시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 환율은 급등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가 급등 가능성 높아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는 경기부양 및 자본시장 개방의 목적이 크고, 위안화 고시환율 결정방식 변경을 통해 위안화 가치를 정상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분간 위안화의 고시환율은 시장환율(현물환)의 강세에 동조하며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윤 애널리스트는 "당초 시장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폭이 이번 조치 전의 수준인 6.12를 기준으로 5% 전후로 전망했는데, 이미 이틀간 3.5% 상승한데다가 지난 12일 발표된 7월 경기지표들이 또 다시 시장 예상을 하회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 절하폭은 기존 예상폭인 5%보다는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위안화 환율제도 개편조치의 경우에도 당분간 위안화 시장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인민은행이 암묵적으로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일정부분 유도해 수출경기 회복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엔저와 상황 달라…원화도 함께 움직일 것
특히 과거 엔화 약세 시기에 자동차, IT 등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것 같은 사례가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최근 중국 소비 관련주로 주목 받은 화장품, 음식료주들이 급락했고, 중국과 경쟁하는 철강주 등도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위안화 약세는 과거 엔화 약세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인위적인 엔저 정책으로 원/엔 환율이 급락했던 양상과 다르게 현재 원화는 위안화 약세와 동조화를 보여 원/위안 환율은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저 당시 원/엔 환율은 1천400원대에서 900원대까지 급락했지만, 최근 원/위안 환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의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된다.
유진투자증권의 이 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위안/달러 환율과 동조화돼 원/위안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위안화 환율 상승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 수출 확대에 따른 물량 확대효과가 기대되며, 선진국 시장에서는 중국 수출품목과의 가격경쟁력이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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