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가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청와대가 알고도 고의적으로 늑장대응했다는 의혹이 야당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 1사단 경계구역에서 일어난 지뢰폭발을 북한의 무력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우리 장병들이 출입하는 비무장지대 철책 통문에 고의적으로 목함지뢰 3발을 매설했다는 사실이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의 합동조사팀 조사결과 드러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시점이 지난 4일이라는 점이다. 국가안보를 뒤흔든 초대형 악재가 사건 발생 일주일 지나서야 발표된 셈이다. 당시 국방부는 비무장지대 내 원인미상의 사고로 2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는 입장만을 나타냈을 뿐,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같은 중대 사태에 대해 정부의 대응은 더뎠다. 대응책을 논의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SNC)가 사건이 발생한 지 4일 뒤인 8일에야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사건 당일 국방부로부터 비무장지대 내 원인미상의 폭발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북한의 목함지뢰에 따른 도발이라는 보고도 다음날 오후 접수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비교적 사태 초기부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청와대가 북한의 지뢰도발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대응을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4일 지뢰폭발 이후 사건이 조사되는 동안 정부가 끊어진 남북대화를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 참석해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남북화합의 길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통일부도 이날 북한에 남북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또한 이날부터 4일간 이희호 여사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 형식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은 "청와대의 입장대로면 적어도 5일에는 비무장지대의 폭발 사고가 북한의 도발일 것이라는 사실을 청와대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남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의도에서 가능한 조용하게 (지뢰도발 이후) 상황을 관리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남북대화 복원을 시도한) 당시 입장과 전혀 다른 돌발악재가 터지니 쉬쉬하고 넘어가려다 스텝이 꼬인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지뢰폭발이 북한의 도발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던 10일까지 국가안보가 위협받은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가만히 있었던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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