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대포통장·명의도용

[김다운기자]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대포통장 ▲명의도용 ▲개인정보유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23일 보이스피싱 지킴이 체험관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실제 사기전화 음성 '그놈 목소리' 235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대포통장(149건) ▲명의도용(71건) ▲개인정보유출(43건) 등의 키워드를 주로 사용하며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금융범죄(37건), 수사관(34건), 동결(32건), 서울중앙지검(30건), 신용카드(28건), 피해자(23건), 녹취(22건) 등의 단어도 많이 사용했다.

사기범들은 먼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 본인이 금융사기에 연관돼 여러 명에게 고소·고발되어 있는 상태라며,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피해자를 가짜 검찰청사이트 등으로 접속케하고, 사기범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가짜 사건개요를 열람토록 했다. 열람 후에는 금융사기 일당과 금전거래가 없다는 피해자 입증을 위해 계좌추적이 필요하다며 계좌 및 비밀번호 등의 금융정보를 요구했다.

금융사기 일당 중에 은행직원이 포함돼 있어, 본인의 금융자산이 현재 위험한 상태에 있다며 빠른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사기범들은 이렇게 통화 중 취득한 정보로 인터넷뱅킹으로 피해자 몰래 직접 계좌이체를 시도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 거래은행 ATM 등에 방문하게 해 미리 마련해둔 대포통장 계좌로 현금이체를 유도한 뒤, 현금인출 후 중국 등 사기조직이 있는 곳으로 송금했다.

사기범은 남자가 87.2%로 대부분이었고, 피해자는 여자가 64.7%, 남자가 35.3%였다.

사칭 유형별로는 69.3%(163건)가 검찰수사관 또는 검사를 사칭했고, 27.7%(65건)는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수사당국은 "이번 추석에 고향을 방문할 때 '그놈 목소리'를 가족들과 들어보고 피해예방 요령을 숙지하면 좋다"며 "평소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할 때도 수시로 금융사기 피해예방법을 전달하고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사기범에 속아 현금이체 등 피해를 당했다면 신속하게 경찰청(112), 금융회사 콜센터 또는 금감원(1332)에 전화를 걸어 지급정지를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