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대 총선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갈등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은 김 대표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부산 회동을 통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재점화했다.
김 대표는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시의 한계를 감안,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으로 방향을 틀면서 친박계의 '오픈프라이머리 회의론'에 반격을 가했지만, 친박계는 "문 대표와 친노 세력에 힘을 실어 준 졸속 합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소집한 29일 최고위원회의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으로 사실상 흐지부지됐고,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대표에 대한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청와대가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실시할 경우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사전 의견 조율 없이 문 대표와 전격 회동, 합의 사항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가 당내 공천 갈등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칫 대통령의 공천 개입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행동'에 나선 것은 여야 대표 합의에 대한 청와대의 반감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단순한 기법 상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 직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나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조목조목 비판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자신의 발언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 관계자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 머무르던 공천 갈등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를 둘러싼 여권 전체의 권력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1차 시험대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릴 의원총회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한 친박계의 결집, 김 대표를 감싸는 비박계가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 김 대표의 '정치 생명'도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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