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눈속임'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대안으로 전기차가 주목을 받는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지형에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파문,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국가별 디젤차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기가스 규제에서 자유로운 전기차와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 등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오는 2017년께 전기차 빅뱅이 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반(反) 디젤' 기류가 형성되며 디젤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낮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다는 이른바 '클린디젤'을 앞세우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신뢰를 잃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같은 디젤차에 대한 반감은 친환경차, 특히 전기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R&D 투자로 디젤기술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 폭스바겐마저 편법을 사용했다 적발되면서 디젤 엔진은 향후 배출규제를 충족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가솔린과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도 폭스바겐 사태의 반대급부로 전기차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윤혁진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조작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1천100만대 디젤 차량에 장착됐다고 밝혔고, 관련 조사는 미국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클린디젤 차량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는 반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부각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고, 미국 역시 연말부터 신차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차 시장에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대중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도 가세, 2017년 전기차 빅뱅오나
폭스바겐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던 지난달 29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SUV 전기차 '모델X'가 출시 되면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자사 첫 전기차 SUV '모델X'를 공개하며 "지금은 (가솔린이나 디젤 등) 화석 연료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시대가 됐다"면서 전기차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렸다.
그는 "폭스바겐 사태의 진정한 의미는 디젤과 가솔린 연료로는 기술발전의 한계에 도달했으며, 새로운 세대의 기술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과 구글 등 ICT 기업의 시장 진출도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전기차 사업을 선정, 오는 2019년 첫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이 전기차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생산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현 7종에서 22종으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고, 수소연료전지차 라인업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6년 소형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도 정했다.
전문가들 역시 금번 폭스바겐 사태로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가 전기차의 대중화에 속도를 내게 만들 것"이라며 "2017년경 전기차 빅뱅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친환경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가솔린 기반의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디젤엔진에 대한 불신과 강력해진 환경규제 등으로 전기차의 대중화가 수면위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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