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일가의 다툼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직접 의사를 밝힌 장면이 공개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두문불출하던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데다 롯데그룹 측의 판단력 문제 제기 등을 이유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통한 신 총괄회장의 입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11일 모 언론사가 보도한 신 총괄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관련자들에 대해 한국과 일본에서 민·형사 소송을 모두 동시 진행할 것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며 이번 분쟁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는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이 주장했던 것과 동일한 입장이다.
이로써 롯데일가 경영권 분쟁은 신격호·신동주 부자(父子)와 신동빈·경영진의 대결구도가 굳어지면서 계속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말 부친의 해임서와 육성 등을 공개하며 신 총괄회장이 그룹을 승계할 뜻이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또 지난 8일에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 총괄회장의 친필서명이 담긴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한국 법원에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쇼핑을 상대로 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신 총괄회장의 즉각 복귀와 명예회복', '불법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 등을 목표로 세웠다.
이와 함께 신 총괄회장은 일본 법원에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7월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했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롯데홀딩스 이사회 소집 절차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소송을 통해 해임 결의를 무효화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라는 이유를 들어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해왔다. 또 신 총괄회장을 내세운 신 전 부회장 측에 대해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며 강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 경위와 법리적 판단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난 7~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났듯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모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사진과 인터뷰에서는 롯데그룹 측이 주장하던 것과 달리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크게 이상이 없음이 드러났다. 특히 소송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세세한 숫자를 기억해 냈다는 부분 등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판단력으로 이번 일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의 건강 이상설 주장에 대해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며 재산을 가로채는 것은 큰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소송과 관련해선 "아버지의 재산을 마음대로 했다는 것도 소송 내용에 들어갔느냐, 이건 횡령 아니냐"며 "자기(신 회장)가 장남이 아니니까 장래에 장남으로 승계될 것을 알고 저런 일(분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면서 롯데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또 재계에서는 이번 일로 일본 롯데 주주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쳐 후계구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와 관련된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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