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원화가 약세일 때 우리 수출기업들이 얻는 환율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입중간재 비중이 높아지면서 환율 효과가 반감된 결과로, 환율전가율이 높으면서 구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수출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16일 하나금융투자의 김두언 애널리스트는 "자국 환율이 절하되면 수출가격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증가를 견인하게 되는데, 이 같은 효과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국내 수출은 9개월 연속 역성장을 지속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원/달러 환율은 추세적으로 상승중이며 수입단가 대비 수출단가의 우위를 가늠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5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수직적 분업화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역할이 커졌는데, 환율변동이 수출기업의 최종재 가격뿐 아니라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수입중간재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관표(I/O) 특성상 다소 시차가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해외중간재 투입비중이 10% 미만이던 기업들은 감소(45%→30%)한 반면 30% 이상 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는(19%→21%) 설명이다.
이처럼 수입중간재 비중이 높은 품목일수록 원화 약세 효과가 반감된다고 김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원화 환율이 절하됐어도 달러표시 수입가격을 그만큼 인상하게 됐고 (채산성유지를 위해)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크게 낮출 수 없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들의 실적을 보면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높은 품목일수록 수출 둔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가장 높았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품목들은 전년 대비 수출물량이 각각 8.7%와 6.1% 증가했지만 수출실적은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또한 수출물량 측면에서도 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불안심리와 중국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글로벌 교역량이 줄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에서는 중간재 비중이 절대적으로, 중국 자체적인 최종수요는 1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여타 국가들의 수요가 관건이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국 수출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중국은 부품/소재 산업의 자국화를 앞세워 제조업 체질을 개선 중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담보하는 환율전가율이 높으면서 구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수출품목을 키우는 변화가 시급하다고 김 애널리스트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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