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특히 그동안 건강 악화설이 돌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싸움 전면에 나서 직접 후계자로 장남을 지목하고 나서면서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 새 변수가 될 조짐이다.
더욱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관할을 놓고 정면충돌, 갈등도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16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은 신동빈 롯데회장 측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주변에 배치한 직원을 해산시키고 CCTV 철거를 요구하는 통고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통고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와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임원들의 전원 해임과 관련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총괄회장의 집무실 주변에 배치해 놓은 직원들을 즉시 해산과 CCTV 전부 철거 등 요구사항이 담겼다.
또 ▲향후 장남 신동주 SDJ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거소 및 지원인력 관리를 총괄 할 것 ▲신 총괄회장의 승낙이 있는 자의 통신 및 방문 등 본인과의 소통행위에 대한 일체의 방해행위를 금할 것 ▲신 총괄회장의 건강 및 판단력에 대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 즉각 중단 및 사과 등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이 포함됐다.
신 총괄회장 명의의 이 통고서는 앞서 신 전 부회장과 함께 한 언론사가 신 총괄회장을 집무실에서 인터뷰한 이후 롯데그룹 측이 집무실에 제3자 출입을 통제하고 나선 게 발단이 됐다.
신 총괄회장은 "통고서에 응하지 않는 경우 이를 본인에 대한 불법 감금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만약 불응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며, 즉각 조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통고서는 신동빈 회장 측에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신 전 부회장 측 인사 3명이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신 회장 집무실을 찾아 이를 직접 전달하려 했지만 롯데 관계자들이 막아 섰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통고서를 우편으로 받겠으니 나가달라"며 "퇴거명령을 3번 해도 나가지 않으면 주거침입"이라며 신 전 부회장 측 일행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회장 측이 통지서 수령을 거부했다"며 "내용증명 내용에 따라 신 총괄회장 집무실 관리를 위한 인수인계를 이날 오후 4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맞섰다.
◆신격호 회장, 싸움 전면에…"후계는 장남 신동주"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했다. 그가 이번 싸움 전면에 나서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은 "장남을 지지하고 차남이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계자가 장남인 건 당연한 일"이라며 "(차남인 신동빈이 잘못을 회개하고 사죄하면) 당연히 용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롯데 오너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롯데를 둘러싼 여론도 악화일로다.
이에 맞서 롯데그룹도 이날 오후 6시 30분 롯데호텔 본관 36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 소진세 사장은 "고령의 총괄회장의 신변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제 3자의 출입을 통제했을 뿐"이라며 "총괄회장 거처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가족들의 방문을 통제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이 오히려 가족 외에 확인되지 않은 제 3자를 대동하고 출입하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제작하는 등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과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급기야 오늘 일방적인 통고서와 함께 사전 협의도 없이 불시에 호텔에 와 다수의 고객이 이용하는 호텔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 논란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롯데는 고령으로 병약한 신 총괄회장을 늘 염려해왔으며 정신이상자라고 매도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신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진, 녹취, 동영상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과연 신 총괄회장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 사장은 "롯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강화 등을 국민과 약속했으며 현재 롯데에 중요한 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주총, 소송 등의 법적절차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총괄회장님을 앞세워 불필요한 논란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롯데가 한 개인이나 일가가 소유한 사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국민이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필히 인지해야 한다"며 "소모적인 논란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이종현 상무 역시 이날 신 총괄회장의 발언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하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신 총괄회장의 말은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하는대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에게 이와 관련해 소상히 말씀드려 그 후 그의 정확한 진의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일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입장과 관련해 "이런 마찰과 충돌이 국민들에게 비춰져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7~8월에 공개적으로 사과도 드리고 국정감사에도 출석해 깊은 사과를 드린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져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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