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면서 현 정권의 주요 과제들의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한 후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 전 일정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 야당은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야당은 일단 5일까지 국회 보이콧을 유지할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5일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이후 투쟁 계획을 결정할 계획이어서 이후에도 국회 파행이 이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 대표는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며 국민적 여론을 모을 계획이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이어가고 있다. 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3일 밤부터 '확정고시 백지화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7일에는 '국정화 저지 4차 범국민대회'를 여는 등 투쟁의 강도는 높이고 있다.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의 후폭풍이 절정에 달할 계획이다.
여권은 전날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노동개혁과 한중 FTA 비준안, 경제활성화법안에 무게를 이동하기로 하고 야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4일에도 당 차원의 노동개혁 토론회인 '5대 노동개혁 입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열고 노동개혁에 힘을 싣고 있지만, 국정화 갈등에 불이 붙으면서 입법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갈등 최고조, 4대개혁·경제 법안 등 뒤로 밀릴 듯
문제는 교과서 국정화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날 교과서 집필 기준과 집필진 구성안을 발표하는 등 정부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국정화 일정을 강행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시 이후에도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후 국정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일부 시안이 나오면 그때마다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해 내용과 관련된 갈등도 불가피하다. 이미 대부분의 진보 및 중도·보수 역사학자들, 여기에 상당수의 역사 교사까지 집필 거부 선언을 한 상황이어서 교과서 집필진 구성에서도 보수 편향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교육부는 대표 집필진을 제외하고 집필진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인데 논란은 불가피하다.
이처럼 교과서 국정화 갈등이 사회 문제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개혁 등 또 다른 대형 이슈의 합의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은 사실상 총선 준비에 돌입한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 등 4개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권 후반기의 과제는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다. 박 대통령은 이에 따라 기회가 될 때마다 4대개혁과 경제법안의 처리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교과서 문제로 국회가 사실상 보이콧되면서 핵심 쟁점의 법제화는 어려워졌다.
여권은 야당을 '발목잡기 정당'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 국정 운영의 책임은 정부 여당이 지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반기 치중하고 있는 외교와 별개로 꼬여만 가는 내치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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