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386조7천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야당이 반발,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예산 심사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 심사 시작부터 예비비로 편성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진통을 거듭했다. 지난 2~3일 경제부처, 4~5일 비경제부처 소관 예산 심사 역시 '역사 블랙홀'에 휘말려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에는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가 열리더라도 곧바로 정회되는 등 예산 심사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4일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도 30여분만에 정회, 사실상 무산됐다.
부처별 예산 심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소위의 증·감액 심사 등 향후 일정도 미뤄지게 됐다.
문제는 예산을 심사할 물리적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예결위가 오는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종료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파행이 장기화될수록 예결위가 정상화된 후에도 시간에 쫓겨 예산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김재경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까지 야당을 설득하되 끝내 불참할 경우 5일부터는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예산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를 생각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졸속 심사라는 국민적 비판을 해결하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 중심으로라도 예결위가 운영될 수 있게끔 위원장에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론의 비판을 우려, 국회 일정 보이콧을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늦어도 다음 주께 예결위가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예산 심사 자체를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예결위가 예산 심사를 지난해 보다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주까지 예산 심사가 멈췄다고 해서 졸속 심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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