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90년대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라면 잊을 수 없는 장르가 있다. 바로 전략 역할수행게임(SRPG)이다. SRPG는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와 한턴씩 적과 공방을 주고받으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SRPG는 머리를 써야 승리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했다. 아군이 위치한 지형지물에 따라 공격력이 엇갈리고 적을 둘러쌀 경우 협공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성도 풍부해 엔딩을 볼 즈음에는 주인공과 완전히 동화된 자신의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듯 90년대를 풍미했던 SRPG는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점차 사장된다. 속도감 있는 실시간 전투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은 느릿하게 전개되는 SRPG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결국 SRPG는 올드 게이머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비운의 장르가 되고 말았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SRPG 장르가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넥슨이 5일 출시한 모바일 SRPG '슈퍼판타지워'를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올 듯 하다.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SRPG 장르 신작이다.
슈퍼판타지워는 여러모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많았다. 만화처럼 구현된 캐릭터 디자인이나 타일맵을 접하니 SRPG의 기억이 단숨에 살아났다. 턴 방식으로 이뤄지는 전투 역시 별다른 튜토리얼이 필요없을 정도로 예전 방식을 충실히 재현했다.
이리저리 머리를 쓰게 유도한 재미도 흡사했다. 슈퍼판타지워에서는 지형 고저차가 존재해 높은 곳에서 적을 공격하면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한 각 캐릭터별로 가위·바위·보 속성을 담고 있어 속성상 우위에 있는 캐릭터로 공격시 잇점을 얻을 수 있다.
슈퍼판타지워는 단순히 옛 SRPG를 답습한 게임은 아니었다. 최신 모바일 인터페이스가 덧입혀졌다. 귀찮은 전투는 자동전투를 통해 신속하게 마칠 수 있고, 스테이지 도전시 자원이 소모되는 등 요즘 모바일 게임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십수년 전 게임의 향수에 최신 모바일 노하우가 만난 셈이다.
특히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터치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것 보다 더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르 특성상 급히 게임을 진행할 필요가 없는데다 마치 장기말을 움직이듯 손으로 캐릭터들을 조작하는 묘미가 상당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서만 영웅을 얻을 수 있는 기존 모바일 게임들과 달리 스토리 전개를 통해 영웅을 획득할 수 있게 한 점도 신선했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연을 맺은 동료들과 함께 싸울 수 있다는 점은 한층 더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요인이다.
슈퍼판타지워는 SRPG의 추억을 잘 박제한 게임이라는 판단이다. SPRG를 경험하지 못한 10·20 게이머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올드 게이머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플레이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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