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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면세점 규제, 주변국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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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글로벌 업체 경쟁력 강화 속 한국만 '과잉규제' 역주행

[장유미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심사 결과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가 탈락하면서 '5년 시한부 영업권'으로 개정된 관세법에 대한 '과잉규제'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특히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이 면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오히려 법 개정에 따른 과잉규제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한국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면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38억2천2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 중 한국 면세 시장 매출은 77억8천100만 달러(약 9조1천138억 원)로, 중국과 미국, 영국 등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을 제치고 지난 2010년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8조3천억 원(점유율 12%)으로, 지난 2007년(2조6천442억 원)에 비해 3배 넘게 성장했다. 한류 바람에 국내 면세업계의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 시장이 최근 몇 년의 불황 속에서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기존 면세 업체들의 노력의 결과"라며 "이들이 수천억 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 한류 확산에 앞장서고 쇼핑 시설 업그레이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외국 관광객들의 쇼핑 만족도가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만2천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방문 이유 중 쇼핑(72%)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내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5년 시한부 영업권' 규제로 기존 업체들의 탈락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면세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외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면세점 전문지 무디리포트는 최근 "한국이 5년 마다 특허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세계에서 한국 면세시장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한국 면세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만큼 현행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현행 제도라면 관련 기업들의 자리바꿈 씩 경쟁이 반복되는 등 제자리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심사로 한국 면세 시장은 기존 강자인 롯데와 신라에 신세계가 합류한 '3강 체제'에 두산과 HDC신라, 한화갤러리아까지 가세하면서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는 약 5천억 원 수준을 기록한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세계 면세 시장 톱 10에 든 기업은 롯데면세점(3위)과 신라면세점(7위)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33억4천600만 유로, 18억7천700만 유로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면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다른 글로벌 업체들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가며 국내 면세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듀프리는 지난 2013년 세계 2위였지만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업계 7위인 스위스 뉘앙스, 올해 이탈리아 WDF 등을 인수하며 미국 DFS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또 업계 4위인 프랑스 LS트래블리테일은 지난 8월 북미 지역 면세점 운영업체인 파라다이스를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을 추격해온 중국, 일본 등도 면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규제환경 변화가 오히려 주변국에는 또다른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민의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2013년 신규면세점 11개를, 또 지난해에는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적(7만2천㎡)의 싼야면세점 등을 오픈하고, 기존 면세점을 리모델링하면서 연평균 30%대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구매금액의 8% 세금을 환급 해주는 사후면세점을 편의점, 잡화점 등을 중심으로 늘려 나가면서 점포수가 5천800개에서 현재 1만8천 개까지 증가했다. 내년에는 긴자 미쓰코시백화점에 첫 시내면세점도 들어선다.

일본은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 3분기 외국인 관광객 쇼핑액이 82% 증가했다. 또 방일 관광객수도 급증, 올들어 9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누적 관광객수(1천448만 명, 48% 증가)는 같은 기간 방한 관광객수(958만 명)를 추월했다. 지난 200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아직은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이 436만 명으로 일본 383만 명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늘어난 반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7% 감소하고 있어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는 '5년 시한부 영업권'이 한국 면세 시장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면세점 허가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가 시장 논리가 아닌 5년마다 특허 경쟁을 통해 정해지는 것은 경쟁의 비효율성과 심각한 고용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주변국과 글로벌 업체들이 면세사업 경쟁력과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신성장동력 발굴은 커녕 내부 싸움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 시장 성장 과정에서 일부 업체의 독점 문제가 생겨 신규 사업자들을 참여시키려는 의도는 좋았다"며 "다만 기존 사업자의 특허권을 보장하지 않고 하루 아침에 퇴출 시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자들에게도 사업의 불확실성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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