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3일, 정치 1번지 여의도에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국회 본청 앞에는 김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고, 국기게양대의 태극기와 국회기는 조기로 게양됐다. 여야 지도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애도 모드'를 이어갔다.
◆'상주' 자처한 김무성, 이틀째 일정 최소화
김 전 대통령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상주(喪主)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로 출근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시작 전 지도부와 묵념한 김 대표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김 전 대통령이 어제 새벽 서거하셨다"며 "민주화를 이룩한 최대 공로자, 문민개혁의 영웅으로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지도자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김 전 대통령의 유지인 '화합과 통합'을 상기하며 "여야는 정쟁과 정치공세를 멈추고 국민만 바라보며 당면한 민생 현안을 처리해 나가는 게 김 전 대통령을 진정 애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고인은 한평생을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이자 거목으로 한국 현대 정치사의 거산이었다"며 "후배 정치인들이 고인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선진화를 완수하겠다. 고인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뒤를 이어 민주주의의 도도한 물결을 일으킨 초인적 지도자"라고 높게 평가했고, 김을동 최고위원은 "과감한 개혁과 일재 잔재 청산 및 역사 바로세우기에 앞장선 분"이라고 기렸다.
당내 일부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 회의에서는 "김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역대 대통령에 대해 악평하느 정치 분위기를 일신해 공과를 균형되게 보는 선진적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하태경 의원)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감기몸살…"신념과 용기, 포용 계승"
같은 시각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묵념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대표는 감기몸살로 불참했지만 주승용 최고위원이 대독한 발언문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 과감한 개혁 조치로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던 위대한 지도자, 그 어떤 독재와도 타협하지 않았던 진정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신념, 독재에 맞서는 용기, 국민 통합을 위한 포용적 리더십이 절실한 때"라며 "김 전 대통령의 신념과 용기, 포용의 정신을 계승해 한국이 처한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은 가택 연금, 의원직 제명이라는 고초를 겪고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저항을 중단하지 않았고, 분노한 국민이 부마항쟁을 일으켜 박정희 정권이 종말했다"며 "용기 있고 배짱 있게 싸운 민주화 투사 야당의 김영삼을 기억한다"고 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김 전 대통령은 독재에 맞선 용기의 정치 표상으로 남을 것"이라며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서는 경쟁할 때는 해도 국민을 위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힘을 합쳤다. 그런 울림이 있는 정치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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