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대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싼 당내 이견으로 새누리당이 뒤숭숭하다. 공천 룰 논의 특별기구 출범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계파 갈등이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양측의 공방은 당 지도부가 황진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특별기구 구성에 합의한 직후 막이 올랐다. 핵심 쟁점은 지도부 차원에서 의견이 모아진 결선투표제다.
결선투표제는 3명 이상의 후보가 경쟁할 경우 1차 경선 뒤 1·2위 후보 간 2차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통상 현역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역 의원이 인지도, 지역 관리 면에서 유리해 1차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2차 경선에서 3위 이하 후보들이 2위 후보에 표를 몰아줄 경우 1위 후보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 기준 논란 "과반 득표 없으면" vs "오차범위 이내"
친박계가 일찌감치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친박계 인사들이 서울 강남 3구,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 당 텃밭에서 현역 의원과 1 대 1 구도로 경쟁할 경우 세 결집을 통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친박계는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가 난립할 경우 아무리 현역 의원이라 해도 과반 득표가 어렵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현역 물갈이 지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비박계는 1차 투표에서 1·2위 후보의 표차가 오차범위 이내일 경우에만 결선투표를 실시하자면서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결선투표제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계의 움직임이 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역 물갈이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9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특정 지역에, 특정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공천 룰을 만들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며 "20대 공천이 패거리 공천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병국 의원도 전날 TBS 라디오에서 "결선투표제가 나쁘다고만은 보지 않지만 의도성을 가지고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방법을 가지고 하는 건 안 된다"며 "과반수를 넘긴다거나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했을 때도 결선투표를 하자고 하는 건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경선 참여 비율, 컷오프, 전략공천 등 뇌관 '수두룩'
당원과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는 컷오프나 전략공천 여부 등도 친박계와 비박계 간 충돌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당원과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은 현행 당헌·당규 상 50 대 50으로 돼 있다. 친박계는 당헌·당규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박계는 국민공천제 취지를 살려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을 70%까지 올리려 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현재 원내 당협위원장들이 당원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당원들이 경선에 참여하는 비율을 줄이는 게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은 "당원 반영 비율을 줄이자는 것은 당원들이 뭔가 정당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당헌·당규대로 하되 당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면 여론조사 경선을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결선투표제를 강하게 주장했던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컷오프, 전략공천이 배제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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