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오는 15~16일 미국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이하 대한상의)가 한국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대한상의는 '미국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와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 11개국을 대상으로 위기상황을 가정해 외환대응력과 부도위험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안전국'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반면에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는 '위험국'으로 평가됐다.
지난 1994년에 미국에서 금리가 인상된 후에 멕시코 금융위기로 연결됐고 이는 아르헨티나, 태국, 필리핀을 거쳐 1997년에 한국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이 같은 위기 확대를 멕시코 전통술 데킬라에 취한 것 같다 해 '데킬라 효과'라고 명명됐다.
대한상의는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외환건전성이 좋아졌고 국가부도위험도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권고하는 위기상황 대응력 평가에서 11개국 중 3위에 오르며 안전국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한국내 단기자금(3개월간 수입대금+1년미만 단기외채)이 2천7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는 외환보유고(3천747억달러)에 3개월간 경상수지 흑자(289억)를 더한 외환대응력(4천36억달러)으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터키,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미국의 고금리를 찾아 떠나는 단기자금을 막을 수 없는 나라로 분류됐다.
데킬라 효과가 한국으로 번지기 어렵다는 것은 국가부도위험으로도 알 수 있다고 대한상의는 전했다. 국가부도위험 가늠자인 신용부도스왑(CDS) 가산금리(프리미엄)는 12월 0.54%로 11개국중 가장 안정적으로, 반면 아르헨티나(사실상 국가부도), 브라질(4.502%), 러시아(2.770%), 남아프리카공화국(2.738%), 터키(2.612%) 등은 가산금리가 높아 부도위험이 높은 나라로 파악됐다.
CDS 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가산금리를 말하는데, 이 금리가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2013년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가능성 발언을 했을 때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금을 빼내 해당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했다"면서도 "당시 한국은 원화가치와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조성훈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미국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겠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된 변화"라며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가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한 지난 1997 외환위기처럼 미국 금리 인상발 위기가능성을 주장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지금의 우리 외환보유고는 당시에 비해 14배 이상 증가했고, 위기 대응력도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터키, 남아공 등 위험국에 대한 수출 부진에는 관심 필요
다만 데킬라 효과가 미치는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 주요 위험국에 대한 수출부진에는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 신흥국의 경우 중국경제 둔화, 원자재가격 하락 등의 악재까지 겹쳐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미국 금리 인상 리스크와 관련한 기업들의 대응전략으로 ▲무역보험, 환변동보험을 통한 환리스크 축소 ▲위험국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현지 거래기업의 지급불이행 최소화 위한 바이어 관리능력 강화 ▲역발상적 투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무조건 움츠릴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에 대해서는 선제적 인프라투자 등을 통해 현지의 투자수요를 능동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면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는지를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전수봉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7년간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건"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나, 신흥국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과 우리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 가능성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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