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 문제와 관련 삼성전자 등 협상 3주체가 예방대책에는 최종 합의했다. 논의가 시작된 지 8년여 만이다.
다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측은 이번 합의가 다른 협상 의제인 보상과 사과와는 별개라는 입장이어서 전체 타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조짐이다.
12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이같은 '재해예방대책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날 3주체는 백혈병 피해보상과 관련된 사과와 보상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지만,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발병의 예방이 시급하다는데 동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에 합의된 재해예방대책은 삼성전자 내부에 '재해관리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 독립 기구로 '옴부즈만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내부 재해관리시스템 강화는 삼성전자가 제안한 보건관리팀의 조직·규모·관리를 좀 더 강화하고, 건강지킴이 센터의 설립·운영, 건강연구소를 통한 조사 및 연구활동 등을 담고 있다.
또 옴부즈만 위원회는 한국노동법 학계를 대표하는 이철수 서울대 법과대학교수를 위원장으로 '종합 진단 및 개선사항 이행 점검 활동'을 펼치게 된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감식 평가 및 개선방안 도출, 작업환경에 대한 건강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 종합 건강관리 체계 점검 및 개선활동 등을 주도하게 된다.
또 필요할 경우, 삼성전자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조사를 통한 검토 및 평가 외에도 개선이 필요하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아울러 종합진단이 끝나면 3개월 안에, 종합진단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고 종합진단이 1년이 넘어 장기화될 경우에는 연례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개선사항 이행 점검은 옴부즈만 위원회의 종합진단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이 마련되면, 개선안의 이행 점검 활동을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점검 활동을 통해 추가로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의 이행점검 보고서를 작성·공개해야하며, 삼성전자는 옴부즈만 위워회의 종합진단 보고서 및 이행점검 보고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향후 3년간 활동하게 되며, 필요할 경우 추가로 3년 범위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 외 이철수 위원장이 선정한 산업보건과 환경 분야 전문가 중 2인으로 구성된다.
이날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조정위의 조정절차 속 당사자들의 양보에 힘입어 이날 재해예방 대책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재해예방대책과 관련된 합의가 3주체의 완전한 동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나머지 조정의제에 대해서도 3주체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와 관련해 조정 3주체가 향후 조정절차를 계속 할 지 조정 3주체의 정리된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라며, "조정위는 추가 조정방향 등을 모색해 보고, 조정 3주체간 합의가 완전하게 타결 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에 재해예방대책 합의를 이뤄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 역시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는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모든 당사자들이 합의 정신을 잘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쟁점도 잘 풀려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올림 역시 재해예방대책에 대해서 삼성전자와 공감대를 같이했다.
반올림 측은 "재해예방대책 최종합의에 나선 것은 직업병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며, "다만, 예방대책 합의가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논란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종식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과와 보상 문제는 여전히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올림 소속 황상기씨 역시 "사과와 보상 문제는 아직 삼성전자와 대화를 하지 못해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반올림은 오는 13일 서울 서초 삼성전자 앞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보상 및 사과와 관련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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