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여야가 쟁점법안이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관련기업들이 받을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샷법은 기업간 빅딜 지원을 주요 목표로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대표 발의(27명 공동)한 법안이다. 공급과잉 업종처럼 재편이 필요한 분야에서 기업분할, 합병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돕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다른 쟁점법안들과 처리연계 등 처리 시기 변수가 없지는 않지만, 법안 내용의 합의는 이룬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유리한 면이 클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공급과잉 산업의 대규모 재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지주사 규제 완화로 관련기업에 탄력
유진투자증권의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율 제약 조건) 완화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자 하는 잠재회사가 지주회사를 설립하게끔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가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나, 원샷법을 통해 사업재편 기업으로 승인된 경우에는 50%만 보유하더라도 행위제한 요건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하기 때문이다.
합병 등으로 순환출자가 형성될 경우에도 기존에는 6개월 이내에 이를 해소해야 하나, 사업재편 기업으로 승인된 기업은 1년 이내에 해소할 수 있게끔 여유시간이 부여된다.
현대증권의 전용기 애널리스트도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지주회사는 지주회사, 자회사, 손자회사 관련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존의 M&A 및 신사업 진출 관련 규제가 기본 3년간 완화된다"며 "지주회사의 성장동력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재편 효과는 얼마나?
원샷법의 산업재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원샷법이 대규모 사업재편을 촉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그는 "원샷법은 당초 소규모 주주의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를 제약하는 방안으로 기업재편의 강력한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작년 7월 발의될 때는 이런 요소들이 제외됐다"며 "대규모 사업 재편을 촉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소규모 주주의 매수청구권이 기업재편(인수합병)의 비용 측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에 매수청구권이 제약되면 기업재편 주체의 비용이 줄어드는데, 이 부분이 원샷법에는 빠졌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단, 매수청구된 주식에 대한 매입기간이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나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일부 조건이 개선됐다"며 "주총 소집 기간 단축 등 복잡하던 행사 절차가 완화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현대증권 전용기 애널리스트는 "원샷법 도입시 기업의 M&A와 구조조정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애널리스트는 "원샷법에서 M&A의 인수비용 부담 경감, 세제 지원, 합병대가의 유연화, 역삼각합병 및 삼각분할합병 허용, 소규합병 및 분할 요건 완화 등을 담고 있는데, 이에 따라 공급과잉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섹터 내에서의 합병을 촉진할 수 있고, 국내기업간(IN-IN) M&A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사업 재편계획안의 정부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어 원샷법이 남용될 여지도 제거했다"고 풀이했다.
공급과잉 산업의 경우 산업 내 수평적 IN-IN M&A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관측했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OUT-IN) M&A는 이 법안에 해당되지 않아서다.
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7월 입법화된 구조조정촉진법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회생에 상당한 성과를 낸 바 있다. 일본에서도 불황타개 과정에서 90년대 후반 M&A 관련 법률을 재정비하면서 기업 재생 및 산업 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독점금지법, 상법, 산업재생법을 개정했고 지주회사 규제완화와 주식교환제 도입을 허용했는데, 이후 일본에서는 수년 동안 기업 간, 섹터 간 수평적 IN-IN M&A가 급증했다.
한편, 전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와 그 계열회사의 경우, 공급과잉 섹터를 인수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나 전략적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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