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4대 강국과의 협력과 갈등 속에서 국가의 운명을 개척해가야 한다. 100년 전이나 100년 뒤나 이러한 지정학적 정치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이 4개 강국의 근대사 혹은 현대사에 관해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집필한 체계적인 역사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저자가 메이지유신과 근대일본의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일본 근대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 처음 나왔다. 신간 '조용한 혁명-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은 1700년대 후반부터 근대국가체제가 성립되고 서양 국가들과 체결했던 불평등조약이 완전히 개정되는 1900년대 초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제1부에서는 사상적인 측면에서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기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774년 스기타 겐파쿠가 네덜란드 해부학 책을 번역한 '해체신서'의 간행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양학(洋學)과 함께, 국학(國學)의 체계화, 유학(儒學)의 근대적 발전 과정 등 다양한 사상적 발전이 메이지유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이어 제2부는 1840년 중국에서 일어난 아편전쟁 이후 1868년 초 메이지유신까지 시기를, 막부독재체제를 지키려는 세력과 막부독재체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국가체제를 건설하려는 변혁세력 사이의 투쟁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천황과 조정, 도쿠가와 막부와 친막부 번, 서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적 번이 이 투쟁의 주요 주체이다.
제3부에서는 메이지정부가 성립된 뒤 정부를 장악한 개혁적 인물들이 22개월간 서구를 순방하는 이와쿠라사절단에서부터 메이지 근대국가의 성립과 불평등조약의 완전개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1800년대 중반 서구열강이 동남아시아를 식민지화하고 난 뒤 동아시아로 진출할 때, 이들의 군사적, 경제적 침탈에 맞서 일본만이 유일하게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사무라이의 사회적 자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봉건사회체제에서 근대사회체제로의 근본적인 국가개혁에도 성공한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일본근대사를 동아시아 근대사의 거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본근대사 연구를 통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저자는 일본의 근대 계몽사상가였던 후쿠자와 유키치의 말을 빌려 '믿음의 세계에 거짓이 많고, 의심의 세계에 진리가 많다'는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받아들이고 있고, 진리라고 믿고 있는 일본근대사와 한일관계사에도 오류가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식민지강점에 대한 비판과 과거사문제를 중심으로만 일본근대사를 보는 좁은 시각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시각이 아니라 서양의 침탈에 맞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자립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일본근대사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일본 근대사 100년을 비극적인 동아시아의 근대사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로 삼아 성찰함으로써 얻은 결론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것은 한 시대의 국가지도층의 능력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이다.
(성희엽 지음, 소명출판/4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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