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3월에 판매되는 ISA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함께, 비대면 투자일임 제한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시각도 전했다.
황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신년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은행에 대한 일임업 허용은 우리나라 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에게 은행은 '원금보장되는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인식되어 있는데, 일임업을 해서 은행에 맡긴 돈이 원금 손실이 난다면, 운용전문가도 없고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 은행이 고객 민원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 바젤Ⅲ(은행권에 적용될 새로운 자본규제)가 도입되는데 이 때문에 은행들은 자본도 더 확충해야 하는데, 투자일임업을 할 경우 운용 지원을 위한 자기자본 요구사항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더 많이 충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도 거론했다.
황 회장은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진출에는 반대 입장이었지만, 오는 3월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해 현행 은행 신탁형 ISA 광고 제한, ISA에 은행의 자사 예금 편입 제한 등은 금융당국이 제한을 풀어줘도 좋다는 시각이었다.
◆핀테크 등 발전 위해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 허용 시급해"
황 회장은 이와 함께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도 시급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일임계약을 할 수 없는 만큼,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활성화나 소액투자자들의 자산관리 업무 접근성 향상이 가능하고, 지점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A에 대해서는 "금리 1.5%짜리 예금용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중위험 중수익용이 다수가 될 것으로, 금융투자업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은행권이 다수의 지점망으로 판매에서 우위에 설 수는 있겠지만, 상품대응력은 금융투자업권이 강한 만큼 금투업권이 전문성과 실력으로 열심히 마케팅해주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아울러 황 회장은 "공시 부담 및 성과보수가 없어서 주식형 공모펀드가 위축되고, 부담이 적으면서 성과보수가 있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며 "공모펀드에도 성과보수형을 도입해서 고객이 이런 펀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성과 보수를 주는 사모펀드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한편, 황 회장은 최근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우려와 관련해 "H지수 연계 ELS는 만기가 아직 2년 이상 남은 게 남아 당장 위기가 아니다"며 "현재 H지수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저평가 상태인 만큼 조기 환매를 해서 손실을 확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교적 공격적인 성향의 증권사 고객과 달리, 은행권 고객은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안전성향의 고객이 많다"며 "은행에서 파는 ELS는 가급적 원금보장형으로, 증권에서 파는 ELS는 리스크를 안고 수익률을 약간 높게 하는 식으로 업권별 고객성향에 맞는 상품을 파는 게 좋을 듯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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