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2016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김(G·I·M)'이 떠오르고 있다. 식탁 위에 오르는 '김'이 아니다. '글로벌(GLOBAL)'과 '지적재산권(IP)' '대규모다중접속(MMO)'의 머릿글자를 딴 표현이다. 시장과 마케팅, 기술력 부문에서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일제히 신작 발표에 나선 주요 게임사들이 이같은 키워드를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이다. 캐주얼 게임에서 출발한 한국 모바일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 뺨치는 그래픽과 콘텐츠를 갖추며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어 그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 글로벌 시장 정조준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개별 시장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북미와 중국, 일본 등 이른바 '빅마켓'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게임 26종을 출시한다고 발표한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는 단일 게임을 전 세계에 출시하는 이른바 '글로벌 원빌드'를 기본으로 하되 파이가 큰 북미와 일본, 중국 등은 별도 현지화를 거쳐 게임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공격적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기로 헀다.
또한 넷마블게임즈는 국내에서 흥행한 모바일 게임을 현지 시장에 특화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계열사끼리 유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콜라보레이션(협업)'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판이하게 다른 현지 특성을 고려한 게임을 발표해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히트'를 성공시키며 두각을 드러낸 넥슨(대표 박지원)의 모바일 게임 전략도 글로벌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모바일사업본부를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한 넥슨은 글로벌 원빌드와 주요 거점국가에 특화된 맞춤형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특히 입증된 글로벌 흥행 트렌드를 막연히 뒤쫓기보다 다양한 시도를 추진하고 기회를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러 파트너들과도 손을 잡았다.
네시삼십삼분(대표 장원상, 소태환) 역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회사는 글로벌 환경에 익숙치 않은 파트너사들을 위해 해외 게임사로부터 노하우를 공유받는 '유나이티드(연합)'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유나이티드는 개발사끼리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델로 개발사간 기술 및 인적 교류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19일 모바일 게임 23종 출시를 예고한 파티게임즈(대표 김현수) 역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시장규모가 4조원에 이르는 소셜카지노 시장을 개척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빅마켓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 게임들은 대규모 마케팅을 앞세워 글로벌 2차, 3차 지역에 대한 융단폭격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기업공개를 통해 이들 글로벌 기업과도 밀리지 않는 경쟁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확보 경쟁 '치열'
이처럼 글로벌 공략을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국내 게임사들은 앞다퉈 유명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고 있다. 블리자드,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 인지도를 극복하고 나아가 현지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재료'인 탓이다.
IP에 대한 게임사들의 열기는 비단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세계적 수준의 IP까지 속속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IP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게임업계는 넷마블게임즈가 '스타워즈' IP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간담회에서 넷마블은 미공개 IP를 확보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는데 앞서 출시한 '마블퓨처파이트'에 활용된 마블 IP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언급한 점, 별(스타)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스타워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시삼십삼분은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배트맨, 슈퍼맨으로 유명한 디씨코믹스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이기로 했다. '영웅'을 만든 자회사 썸에이지(대표 백승훈)가 개발을 맡았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유명 외산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버드' 소재의 게임도 나온다. NHN스튜디오629(대표 최현동)는 핀란드 게임사 로비오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앵그리버드 소재 게임을 연내 출시한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넥슨 역시 명작 게임 시리즈인 '파이널판타지11'과 '레고'와 같은 IP들로 게임 개발에 한창이다. 넥슨 노정환 국내모바일사업본부장은 "2016년은 넥슨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홀로 하는 게임은 그만…다중접속 게임 몰려온다
이전에 볼 수 없던 기술적 진보도 예의주시할 변화다. 과거 출시된 역할수행게임(RPG)의 이용자 대결(PvP)에서는 사람이 아닌 상대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캐릭터를 조종하는 비 실시간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모바일로 재현한 '프로젝트L'을 개발 중이다. 장르 역시 원작과 동일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최종적으로는 원작과 연동하는 것이 목표다. 동일한 리니지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넷마블게임즈가 리니지 시리즈를 소재로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들도 모두 MMORPG다. 리니지1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은 언리얼엔진4를 활용해 개발 중인 MMORPG로 실시간 전투와 오픈필드, 길드전투를 구현했다. '리니지2 모바일' 역시 대규모 오픈필드와 공성전, '말하는 섬' 등 원작 리니지2의 게임성을 그대로 담았다.
오는 25일 출시 예정인 네시삼십삼분의 신작 '로스트킹덤' 역시 PC 온라인 게임처럼 실시간 콘텐츠 및 다수의 이용자와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는 마을 등이 구현된 점이 특징. 넥슨이 파이널판타지11을 활용해 개발 중인 게임과 패스파인더에이트(대표 서현승)가 개발 중인 '카이저' 역시 주요 모바일 MMORPG의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빌 역시 모바일 MMORPG를 개발 중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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