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격적인 야권 통합 제안으로 여야 정치권이 술렁였다.
'러브콜'을 받은 국민의당은 갑작스런 야권 통합 제안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강한 견제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2일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불과 42일밖에 남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실정을 심판하려는 국민 여망에 부흥하기 위해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야권에 다시 한 번 통합에 종착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야권 통합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김 대표가 입장을 선회한 데는 야권 분열 구도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텃밭인 호남에서도 더민주 탈당파가 주축이 된 국민의당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태여서 '호남 석권'을 장담할 수도 없는 처지다.
김 대표는 "지금 시간이 없다"면서 "우리나라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야권의 총선 승리를 가져오고,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국민의당, 의구심 속 여지 남겨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길 바란다"고 일축했다. 야권 통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문병호 의원도 "우리가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한 이유는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이 패권적 친노와 낡은 진보 세력으로 주도돼 총·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변화 없이 야권 통합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문 의원은 "더민주가 패권적 친노나 낡은 운동권 세력을 청산하고 대변화를 한 후에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 문제는 제가 경솔하게 답변해선 안 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도 "발언의 진의가 뭔지 좀 알아보고…"라고만 했다.
◆野 분열 속 승리 낙관하던 새누리 '긴장'
야권 분열 구도에서 총선 승리를 장담했던 새누리당은 긴장한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야권 통합을 "구태 정치", "총선 망령"이라고 맹비난한 것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묻어난다.
김 대표는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통합을 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며 "구태정치가 또 살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총선 때마다 나오는 망령이 20대 총선에서 또 나오겠다"며 "새누리당이 똘똘 뭉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주의를 지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묻지마 연대와 야권 야합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야권 야합은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시한 오직 선거만을 위한 권력용 연대이자 총선에서 승리해 의석을 나눠먹겠다는 식의 국민 기만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야당의 고질적 불륜정치가 이번에도 등장한다면 국민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국리민복을 중심에 둔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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