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소프트웨어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ICT 혁신', 푸드테크·패션 등을 아우르는 '문화혁신', K-뷰티 바이오 산업을 통한 '융복합 산업 혁신'에 이르기까지 창조경제 산업 패러다임의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뉴스24가 10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창조경제혁신 전략 및 사례 공유 콘퍼런스'에서는 정부와 전담 대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발표됐다.
창조경제는 창의력을 발휘해서 과학기술과 ICT 문화를 서로 융합해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지난 2013년만해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논란도 있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구체적인 실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조경제 'ICT혁신'을 말하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첫 강연을 맡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임종태 센터장은 "한국은 세계적인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우리 민족의 흥과 끼를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시키는 것, 그게 창조경제의 정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 센터장은 "한식 중 외국인들에게 내놓을 때 부담 없이 손이 잘 가는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다. 우리만의 다양한 문화적 소스들을 ICT와 융합시켜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주요 사업으로 지난해부터 '드림벤처스타'를 추진 중이다. 유망 ICT 스타트업 업체들을 선발해 창업 초기자금과 입주공간, 시제품 제작, 기술개발 자금, 외부투자 지원, 해외진출 등 사업 단계별로 지원 중이다.
대전창조경제센터는 지난해 9월 10개 기업을 2기로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1기 10개 업체들이 총 3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8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들이 40여명으로 출발해 140명까지 고용을 확대한 상황에서 올해 200만달러 가량의 해외매출도 기대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테그웨이의 경우 체온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로 유네스코로부터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현재로선 본격적인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업체들의 관심이 크다고 한다.
임 센터장은 "다양한 해외진출 지원 대상 업체들을 발굴 중"이라며 "SK그룹과도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지역 중견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갑 K-ICT 본투글로벌센터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ICT 글로벌 진출 플랫폼 전략' 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가면서 창업의 모든 단계에서 마켓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아직도 잘 안 바뀌는 우리 기업들의 관행이 바로 제품을 팔러 다니다가 예상과 반응이 다르면 그때 가서 마켓 스터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다시 피드백을 줘도 기술개발(R&D)이 이미 끝나 있으니 R&D와 영업·마케팅 부서가 맨날 싸우는 게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는 다른 창업지원센터와 달리 해외 시장 진출에 초점을 두는 게 특징이다. 태생부터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실무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비롯해 투자유치 기회제공, 현지 시장 사업개발 및 투자유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외 데모데이를 진행한다.
그는 이런 지원을 통해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ICT 기업들의 중심지인 판교 디지털 밸리에 위치하고 있다. 경기센터는 판교를 청년 창업자들의 꿈을 펼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경기도, KT의 지원으로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46개의 스타트업 업체들을 육성했다.
미래형 5G 통신 서비스 상용화에 대비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핀테크, 게임 분야 업체들을 중점 육성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연말까지 14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5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경기창조센터는 KT와 함께 창업지원 프로그램 'K-챔프(champ)'를 운영 중이다. 공모전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하고 입주공간과 사업화를 지원한다. KT와 멘토링을 통해 스타트업 업체들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등 해외 전시회와 현지 데모데이 참가도 추진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주영범 창조사업본부장 "올해는 KT와 같은 액셀레이터들과 함께 5G 시대에 적합한 가상현실(VR), 홀로그램, 드론 등 차세대 서비스 분야 기업들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업체들이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융복합 및 문화혁신 성공 사례 주목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현지 특성을 적극 살린 창조적인 삶을 디자인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성과를 발표했다.
제주도형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다자요'는 관광 인프라를 살려 제주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게스트하우스, 펜션, 민박을 공유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K-글로벌 300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던 다자요는 서울대학교 연구센터 등과 MOU를 맺는 등 교류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최적화된 여행경로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두잉'은 최근 CJ 올리브영에 입점을 협의중에 있다.
현지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창업동아리 팀인 '에이라이브'는 제주도의 싱싱한 수산물을 유통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창업 경진대회 공모전에서 네번이나 수상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말 전담기업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개소한 제2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제주생물자원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제주도를 브랜딩한 이니스프리 제품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화와 IT가 융합된 동아시아 창업 허브 구축'을 목표로 현지에 특화된 전문 벤처로 육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전정환 센터장은 "창의적인 인재들의 DB화를 통해 창조경제를 활성화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잠재적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들끼리 네트워킹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스타트업 붐 확산을 견인하며 참여기업의 과학기술 문ICT를 융합한 각종 성공사례를 만들어 왔다. 창업 역량 강화와 투자유치, 해외 진출에 이르는 센터의 지원 과정은 '협력'과 '혁신', '융합'이라는 키워드 아래 '문화창조'라는 가시적 성과를 일궜다. 특히 CJ한류컨벤션(K-CON, MAMA)을 열고, 푸드테크와 패션 스타트업을 선도했으며, 디자인 혁신을 이끌 신진디자이너 발굴·지원에 집중하며 타 지역과 구분되는 비교우위 분야 육성에 힘써 왔다.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서울창조경제센터와 CJ그룹을 주축으로 개소한 문화창조융합센터의 만남이 있다. 창조경제의 한 축을 '문화창조'에 두고 완성도 높은 문화 콘텐츠를 키워내 기획 및 상품화하고, 이것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됐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정효진 팀장은 "창조경제 속 문화혁신을 이끄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창조융합센터를 통해 민간창업을 돕고, 인재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완성되고,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중·소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을 통해 성과가 고용까지 이어지는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충북센터는 대기업의 밸류체인을 지역산업 생태계와 결부시켜 지역의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북혁신센터)는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과 연계해 'K뷰티 글로벌화 지원', '바이오 유망벤처 발굴·육성', '친환경 에너지 산업육성' 등을 3가지 핵심 과제로 선정, 도내 중·소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유망 벤처 신기술 발굴'부터 '자금조달(금융존)', '기술개발(특허존)', '시제품 제작 및 생산설비 구축(생기존)', '마케팅 및 판로개척', '사업전략 재정비·재도약'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김남규 벤처금융실 실장은 "충청북도는 뷰티와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특화돼 있다"며 "뷰티는 화장품, 바이오는 의료분야에 초점을 맞춰 지역산업과 연계, 중·소기업과 빠른 혁신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기업도 창조경제 패러다임 가속화
SK텔레콤은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세종시 연동면에서 '세종창조마을' 구축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농촌 혁신 사업인 세종창조마을을 통해 ICT와 에너지 등 신산업을 접목해 농촌소득을 올리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SK텔레콤과 세종센터는 연동면에 지난해부터 ▲태양광 발전단지 ▲스마트팜 솔루션 ▲지능형 보안망 ▲스마트로컬푸드 시스템 ▲스마트러닝 ▲영농기술 테스트베드 등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농가 생산성이 22.7% 상승하고 노동력이 33%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농가소득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마을 단위로 스마트팜이 적용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한다.
지능형 보안망의 경우 마을 단위로 설치된 150여대 CCTV 영상을 KT의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CCTV는 동작이 감지되는 부분을 자동으로 5분 단위 영상으로 편집해 모니터하기 쉽도록 했다. 농작물 도난과 각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스마트로컬푸드는 세종시와 연결한 농작물 직거래 시스템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하고 농민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현황, 재고, 수익률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러닝은 낮은 교육 인프라가 이농을 가속화시킨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동면 초등학교에 교육용 로봇을 통한 영어학습 등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또한 보일러, 관수시설을 갖춘 연구용 비닐하우스를 개방해 대학과 영농업체가 농업과 결합된 ICT 기술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 현주석 차장은 "세종대왕이 농민들을 위해 '농사직설'을 쓴 데서 착안해 세종시 프로젝트에 '신농사직설'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일단 토마토에 한해 올해 시범 사업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창조경제 견인 의지를 불태웠다.
최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부 류제명 소프트웨어정책과장은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만든 개발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소감을 전했다"며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알파고를 만든 SW 개발자가 바둑 최강자를 이긴 것"이라고 역설했다.
류 과장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얘기가 2010년 초반부터 나왔지만 아직은 SW가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며 "알파고가 생각보다 SW가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류 과장은 이번 대결을 SW 개발자 역량을 키우는 문제로 귀결시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ICT전문융합인력 실태분석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까지 석박사급 고급 SW 인력은 1만1천명 가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반면 2018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스마트홈 등 5대 융합 분야 인력 수요는 3만5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인 SW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일자리 자체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SW 자체가 우리 경제의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고경모 창조경제조정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엔젤 투자가 적고 투자보다 융자 중심의 생태계인만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든 것을 다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보지는 않지만 가장 필요한 VC역할을 혁신센터에서 해내야 한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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