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영림원소프트랩은 국내 대표적인 회사자원관리(ERP)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더 이상 해외에는 구축형 ERP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로지 '클라우드 ERP'만 서비스하기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영림원은 그간 일본, 중국 시장 등에 구축형 ERP 제품으로 사업을 해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클라우드가 아니면 컨설턴트 인력이 많이 들어가고 유지보수도 힘들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을 고심해온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짜고 있을까.
요즘 기업들이 가장 많이 꼽는 건 단연 '클라우드 서비스'다. 기업 IT 환경이 클라우드로 바뀌면서 SW 역시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빌려쓰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간 협업을 통한 공동 진출 방안도 모색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접근 방법이다.
◆클라우드로 간 글로벌 SW
이미 한 발 앞서 글로벌 SW 기업들은 패키지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구독형 방식으로 갈아탔다.
영구적인 사용권으로 고가의 라이선스 요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월 또는 연 단위로 일정한 소액의 요금을 받고 SW를 해당 기간만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도비시스템즈가 대표적이다. 어도비는 지난 2012년 5월 SW 패키지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부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곧 오토데스크가 뒤따랐다. 오토데스크는 지난해 라이선스 판매를 중단하고 올 2월부터 구독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당장의 매출 규모는 줄어들 수 있지만 자리를 잡으면 매월 '구독료'가 들어오니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도 늘 최신 업데이트된 SW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도 클라우드 전환 본격화
최근엔 클라우드가 국내 SW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묘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IT 시장분석기관 IDC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가 올해 700억달러에서 2019년 1천410억달러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로 SW를 이용하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가 전체의 3분의 2 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SW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이른바 SaaS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이 SaaS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클라우드가 유통망을 대체하고 현지 마케팅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다. 그간 국내 SW 기업들은 이 두 가지로 애를 먹어온 것이 사실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을 이용하게 되면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SW 기업들은 한결같이 AWS, MS 애저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클라우드 오피스인 '넷피스 24'를 제공하는 한글과컴퓨터, '폴라리스 오피스'의 인프라웨어 등 오피스 SW 기업들은 AWS를 선택했다. 회사자원관리(ERP)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은 MS 애저를 통해 클라우드 ERP를 제공한다. 단 국내의 경우 KT 클라우드도 이용하고 있다.
핸디소프트가 올해 상반기 중 내놓을 클라우드 기반 협업 SW 역시 AWS를 통해서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다. 펜타시큐리티는 AWS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웹방화벽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그루터도 빅데이터 솔루션 '타조'를 AWS 환경에서 제공한다.
정부도 SaaS 전환을 통한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8년까지 100개의 SaaS 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부 서성일 SW융합과장은 "올해 SaaS 개발지원 사업에만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노그리드는 미래부로부터 'SaaS 통합연동' 주관사업자로 선정돼 다양한 SaaS를 찾아 상호연동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군으로 간다
기업들끼리 '연합군'을 형성한 공동 진출도 눈에 띈다. 한컴과 엑셈 등이 대표적이다.
'종합 SW 기업'을 표방하는 한컴은 MDS테크놀로지, 한컴시큐어, 한컴인터프리 등 그룹사들과 연합해 'SW 종합상사' 개념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선 공동 부스를 마련하는 등 동반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DB) 성능관리 기업인 엑셈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지분투자를 통해 '엑셈 연합군'을 이뤘다.
DB보안업체 신시웨이를 인수한 뒤 곧바로 DB 개발사 선재소프트와 데이터 통계·분석 및 시각화 전문기업 아임클라우드의 지분을 사들이며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노그리드, 그루터와도 업무 협력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 해외시장 공략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합군 형태를 통해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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